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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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30 11:32

기도는 자란다

글쓴이 : 金德圭

조회 : 1,186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나의 기도는 4가지 단계를 거쳐 자란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물론 이러한 나의 경험은 나만의 고유한 것이라기보다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했을 만한 것이다. 그 네 가지 단계는 간구, 감사와 찬양, 대화, 마음 알기 단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인들에 따라서 글쓴이처럼 이러한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서 기도가 자라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각 단계가 거의 동시에 혹은 어떤 단계는 차례가 뒤바뀌어 나타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도의 각 단계가 어떠한 것인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 내용이 어떠할 것인지를 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을 늘어놓으려고 하는 것은 나와 유사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이다.

● 간구단계

내가 신앙생활을 처음 할 때는 간구(懇求)가 기도 내용의 전부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게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구(求)하는 것이 기도라고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신자들의 경험이 그러하였듯이 신앙의 새내기였던 나의 기도는 곧잘 응답되었기 때문이다.
신앙이 점차 성장해 감에 따라 자꾸 구하는 기도만 하는 것이 좀 쑥스럽기도 하였고 실제로 기도로 무엇을 구해도 이루어 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자연히 응답되는 기도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던 중에 나는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말씀을 만났다.

*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6:33)

처음 마태복음 6:33 말씀을 접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동안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면서 살아온 삶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랐다.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義)’를 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몰랐지만 확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 인가하는 것이었다.
물론 가르침을 안다는 것과 실제 삶에서 어떻게 그 가르침을 적용하는 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당시에는 그러한 고민을 할 단계는 아니었다.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이 다 그러하지만 이 진리를 깨달았을 때 정말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놀라운 진리를 내 혼자만 깨달은 것 같은 뿌듯함을 가졌던 것 같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에 대해 가르쳐 주시면서 결론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한다. 이 말씀은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삶의 우선순위에 관한 가르침이라고도 이해해도 될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가르침을 주셨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사람이 제일 먼저 구해야 할 것, 찾아야 할 것,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씀하셨다.

그 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義)’였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가치관이요 인생관이요 세계관 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는 아직 이루어 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의(正義)를 이야기 하지만 그 정의조차도 아직도 요원하며 하나님의 의는 더더욱 사람들에 의하여 무시되었고 거부되었고 부정되어 왔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이 땅에서 이루기 위하여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이루어야 할 일이 기도 없이 되는 일이 있던가? 그러하기에 결국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진정한 주님의 제자라면 예수님께서 그 나라와 그 의를 이루기 위하여 기도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도 그렇게 기도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 말씀을 통하여 깊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주님의 말씀에 더욱 감격하고 내가 믿는 기독교에 대해서 한없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님의 가르쳐 주신 ‘먼저’라는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가 주는 그 놀라운 의미 때문이었다.
‘먼저’라는 단어 덕분에 이 말씀은 정말 ‘현실에 뿌리가 박힌 영성’이 되었다. 주님은 일용할 양식을 비롯한 일상적인 삶에 필요한 그 모든 것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가르침을 주시지 않으셨다. 일용할 양식을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구하여야 하지만 그 순서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 ’보다 먼저 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먼저’ 라는 단어에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신앙인의 이중적 삶을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되지만 또한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야만 하는 아담의 후손으로서 일용할 양식을 비롯한 우리에게 필요한 의, 식, 주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기에,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이 되셨기에 드릴 수 있는 기도이다. 인간의 아들이 되신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서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하여 땀 흘리는 수고를 해 보셨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식이 없어서 배고픔을 체험해 보셨기에 드릴 수 있는 기도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가 신성의 극치라면 ‘일용한 양식’은 경건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을 만남으로 기도에 대한 나의 고민이 해결된 것이었다. 나의 기도는 비로소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동안 내 필요에 의하여 요구조건만 가득 찬, 지금생각하면 기도라고도 할 수 없는 그 형편없는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유치한 기도를 응답해 주신 하나님의 그 무한한 사랑에 감격하면서 나는 더욱 깊은 기도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마치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간구(懇求)>

종이 비록
버림받아도 마땅한 죄를 지었으나
마지막 기회를 주소서.

주께서 거두셨던 그 힘을
한 번만 더 허락하소서.

눈 먼 종으로 하여금
마지막이 될 싸움터로 인도해 주소서.

주께서 손에 쥐여 주신 성령의 검으로
이 세상 어두움을 가르기를 소원하오니

성령의 검이 휘둘려질 때 마다
두꺼운 어두움들이 산산조각 나게 하시고

산산 조각난 그 어두움들이 땅에 떨어 질 때 마다
빛으로, 빛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그 빛이 하나 둘 모여 종의 어두운 눈이 환하게 느껴질 때
비로소 당신의 품에 안식하리 이다.

그 빛을 다 보기 전에
부디
종을 데려 가지 마소서.

(2010. 7. 8),
(2011. 4. 3 개작)

● 감사 와 찬양 단계

나의 필요에 의한 그 어떤 것을 구하는 것 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단계에 기도가 들어가자 기도하기가 한결 쉬워졌고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 기도가 품격이 있어 보였다.
내 기도에 또 하나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것은 교회의 중직을 맡게 되면서 부터이었다. 중직자가 되었기에 기도인도를 할 기회가 자주 생기게 되었는데 주일날 기도인도를 하면서 나는 기도에 관하여 또 다른 종류의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지키는 주일, 즉 주의 날은 안식일 다음 날이다. 이 날을 주의 날로 지키는 것은 주님의 부활과 관계가 깊다. 주일 예배는 주의 날의 주인이요, 인생의 모든 날의 주인이요, 만물의 시작과 끝이신 주님께 드리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이해가 옳은 것이면 주일 예배의 성격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가? 당연히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의 죽음 까지도 기꺼이 감당하신 하나님의 아들께 감사를 드리는 감사제(感謝祭)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예수님을 믿음으로 우리의 죄가 사하여 졌으며 우리가 의롭게 되었음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부활 하신 주님을 찬양하는 찬양제(讚揚祭)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주일 예배의 핵심은 주님께 감사드리며 주님을 찬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순서의 하나 인 기도인도의 간구내용은 당연히 감사와 찬양이 주 제목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나도 그렇게 기도해 왔고 무수한 신앙 선배들, 동료들의 기도인도 역시 감사와 찬양이 주요기도 제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기도 제목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당연히 간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길지 않은 예배 시간에, 그 중에서 결코 길지 않은 기도 시간에 감사와 찬양보다는 간구하는 기도가 더 많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못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고민이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배 순서 중에 찬양대의 찬양 순서가 있지 않는가? 감사와 찬양은 찬양대의 찬양이 주로 다루는 것 이므로 기도인도시에 감사와 찬양을 주요 주제로 다루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 는 것이다.
사실 일리가 있는 것이다. 찬양대가 회중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릴 때 회중은 아멘으로 화답하면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드린 것이리라.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에도 감사가 빠져 있는 것을 보면 감사와 찬양은 기도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찬양에 포함시켜야 할 것 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한 기도인도 시간에 정말 간절히 구할 제목으로서 주를 향한 감사와 찬양이 우리들의 기도에는 아무래도 부족하거나 의례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나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비록 개인기도 때 외에는 실행한 적이 없지만 그 누군가가 감사와 찬양만으로 채워진 대표 기도를 드린다면 나는 제일 큰 소리로 아멘으로 화답할 것이다. 그 누가 이 물고를 틀 수 있을까?

<그 가장 높은 곳에서>

올라 갈 수 있는 그 가장 높은 곳에서
주를 찬양합니다.

할 수 있는 그 모든 경의를 표하여
주를 경배합니다.

드릴 수 있는 그 모든 감사를
주께 올려 드립니다.

주는
이 하늘을,
생각과 상상을 뛰어 넘어도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저 광활한 우주의 하늘 까지도
만드셨습니다.

그 하늘 아래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한 자에게
생명을 주어
주의 이 경이로운 세계를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의 별들이 노래하는 것 같이
주를 찬양하며
온 우주의 하늘이 사모하는 것 같이
주를 사랑하나이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주 외에는 종이 섬길 자가 없나이다.

(2011. 6. 13)

● 대화단계

간구로 시작하여 간구로 끝났던 나의 기도가 감사와 찬양이 이어지니 기도가 훨씬 윤택하게 되었다. 기도가 살아났고 기도드림 자체가 기쁨이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내가 드리는 이것만이 기도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내가 새롭게 깨우친 것은 기도가 대화라는 것이다. 기도는 나와 하나님 사이, 하나님과 나 사이의 대화이며 또한 그 대화를 통해 소통가능하게 하는 채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하나님은 사람을 인격체로 만드셨다. 아니 하나님의 가족으로 만드셨다.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인 것이다. 인격체, 하나님의 가족으로 만드신 이유는 하나님과 함께 살고, 하나님과 대화하고, 하나님과 생각과 뜻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서 그렇게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것이리라.
만약 그러하다면 나의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 수단이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이고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면 나와 하나님 사이에 대화가 있어야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하여 기도라는 소통의 채널을 마련해 주시지 않았을까? 기도 외에 우리가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 동안 나는 이러한 소통의 도구로서 기도라는 개념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 참 많이 죄송하였다. 나의 말만 실컷 늘어놓고 하나님께서 자 이제 내가 너의 말을 다 들었다. 이제 내가 너에게 말할 차례다 는 말씀조차도 하실 기회를 드리지 않고 내 쪽에서 아버지, 제 기도를 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일방적으로 끝낸 나의 쓸데없는 그 모습 때문에 정말 죄송하였다.
더욱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것은 그 일방적인 대화도 의례적인 대화, 내 필요를 채워달라는 떼를 쓰는 투정 뿐 이었다는 것이다. 한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이 꼭 무슨 일만 있을 때에 아버지 방에 문을 두드리면서 아버지 할 말이 있습니다 하고 들어와서 제게 이런 저런 것이 필요합니다. 하고 자기의 용건만 말 하고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아들이 아버지께 어찌 의례적이며 사무적인 요구사항만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에게 생긴 이런 저런 일들, 자신의 고민들, 포부, 의지 느낌, 생각들을 이야기 하고 아버지의 반응을 듣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 아버지와 자녀간의 대화가 아닌가?
나의 일방적 기도에는 가족 간의 대화라고 볼 수 있는 대화는 거의 없었다. 물론 사랑합니다 하는 그 말조차도 없었다.
아, 얼마나 죄송하고, 무안하고, 버릇없는 대화였던가? 나는 얼마나 형편없는 자식이었던가?
그토록, 무지하고, 무정하고, 무두 뚝하고, 애교 없고, 사랑 없는 아들의 일방적인 기도를 나의 아버지는 얼마나 인내심 있게, 참으며 들어 주셨는가? 만약 나의 아들이 그렇게 의례적으로 일방적으로 찾아와서 말하고 휑하며 나가버리면 내가 과연 하나님 아버지께서 내게 참으신 것만큼 내 아들에게도 참을 수 있었을까?
결코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 우리 하나님은 그렇게 하셨던 것이다.
아, 아버지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이 철없는 아들을 용서하소서.

<기도는 하나>

내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기도의 골방으로 달려가지만

주께서는 단호한 뜻을 가지고
은혜의 보좌에 앉으신다.

담대함을 얻어 한 걸음 나서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 가시지 않는다.

말수는 적을수록 좋은 법,
주의 한 말씀에도 내 은혜가 넘친다.

마침내
말하는 기도는 듣는 기도와 하나가 된다!

(2011. 1. 8),
(2011. 4. 19 개작)

기도가 대화라는 것을 깨닫고 난 다음부터 나의 기도는 기도 시간이라는 제한을 벗어나게 되었다.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고 수시로 하나님과의 대화하게 되었다. 대화의 내용도 넓어졌고 깊어졌고 풍부해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도 시간에 기도를, 그 외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내 마음의 표현을 아버지에게 말하듯이 말 하게 되었다.
나의 기도는 일방적인 기도, 일방적인 대화에서는 벗어났다. 그런데 곧 이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전에는 하나님의 응답을 듣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하나님의 응답을 들으려고 하는데 그 응답을 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여, 말씀하소서>

주여, 말씀하소서.

침묵 속에 기다리나이다.
세상 소리에 관심이 없사오니
하늘 소리를 들려주소서.

주여, 말씀하소서.

귀 기울이나이다.
신경을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한 소리도 놓치지 않겠나이다.

주여, 말씀하소서.

주의 말씀을 애타게 기다리는
종에게
부디 한 마디 말씀을 주소서.

주 말씀만이
내게,
내 삶에,
내 글에 생명이 되나이다.

(2010. 9. 9)
나의 기도는 무엇 무엇을 주소서 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 주소서로 바뀌었다. 기도 중에 나의 말 수는 줄어들었다. 어떤 날은 주님의 응답을 들려 달라는 것이 기도의 전부가 되기도 하였다. 나의 기도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갈구하는 그러한 단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기도 중에 우리가 말하기를 그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간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기도 중에 우리에게 말씀하시는가?
사실 이 물음에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다. 신령한 기도의 경험이 일천한 내가 이 영역에서 무슨 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 을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내가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그 말씀을 내 영이 인지할 수 있었고 내 마음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기도 중에 내가 받은 그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진정 주의 말씀을 듣고자 한다면, 주의 말씀을 받고자 한다면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우리의 귀는 주님의 음성을 듣도록 창조되었고 우리의 뇌는 주의 말씀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버지를 좇아 영적 존재로 지음을 받았기에 아버지의 음성을 들 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해 할 수 있는 것이다.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인지할 수 없는 존재라면 기도라는 것은 애초에 무용지물이다.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불완전한 전화기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셨겠는가?
내가 기도 할 때 마다 하나님께서 그 모든 간구에 대해 응답의 말씀을 내 마음에 주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기도는 간구로 시작하여 간구로 마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어떨 경우 감사와 찬양하는 일에 더 많은 마음을 쏟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더 많이 간구하기도 하였다. 사실 하나님께서 기도에 대해 바로 응답할 경우 보다는 침묵하실 때가 훨씬 많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침묵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기에 침묵하시는 하나님에 대하여 원망 아닌 원망을 기도로 쏟아 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나님의 침묵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하나님은 침묵하시므로, 그 침묵의 때가 마치기를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나로 훈련해 가셨다.

<기필코 만나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새벽부터
주를 기다렸으나

아침이 되어도
주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주께서 주시려는
언질 하나만이라도 붙잡으려고
여태껏 기다렸으나
받지 못하였습니다.

허전함과 섭섭함 이루 말할 수 없어서
흘리는 눈물 속에서도
솟아오르는 믿음이 있기에
이를 붙잡습니다.

오늘 주시지 않았다면 내일에는 주실 것입니다.
내일도 주시지 않으면 언젠가는 주실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다.
내일이 있기에
지금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습니다.

기필코
주는
저를 만나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 10. 1)
(2011. 4. 16)

하나님의 응답을 듣기위해서는 정말 인내가 필요하다. 때가 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기도가 하나님의 침묵을 깨뜨리는 것일까? 끈질기게 기다린 나에게 하나님께서 응답에 주신다. 그런데 그 응답은 사실 응답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기도 제목을 주시는 것이다.
내가 원했던 기도의 응답이 아니라 새로운 혹은 또 다른 기도의 제목을 응답으로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하나님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다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원하였지만 하나님은 저것을 원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기도는 또 다른 기도를 하게 하는 것이다. 기도가 기도를 낳을 것이다. 기도가 기도를 자라게 하는 것이다.

● 마음 알기 단계

기도가 나와 하나님과, 또한 하나님과 나와의 대화라는 것을 깨닫고 실제로 체험하게 되면 삶과 기도가 거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일들이 바로 기도 제목이 된다.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바로 기도를 하게 된다. 때로는 기도가 역전(逆轉)되기도 한다. 내 영이 먼저 어떤 일을 행하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그 일을 행하고 나면 그 일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기도하기 전에 성령은 나의 영에 그 일을 하게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나를 사용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드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역전된 기도가 아니겠는가? 역전된 기도는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때로는 나의 시시콜콜한 그 모든 것까지도 다 하나님 아버지께 아뢸 때가 있다. 마치 퇴근한 아빠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면서 오늘 자신에게 있었던 그 모든 일을 다 말하는 어린 아이들처럼 말이다.
이제 내 기도 성장기의 마지막 부분이자 현재 나의 상태를 언급해야 될 때가 되었다. 친밀한 기도와 대화를 깨닫게 해 주신 아버지께서 자신의 마음은 보이셨다.
사실 이것을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나 내가 원하지 않는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을 아주 미묘하면서도 민감한 것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 단계를 무슨 신비한 단계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신령한 기도의 체험을 한 바가 없다. 신령한 기도의 체험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한 의미의 체험을 말한다. 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고 있는 방언기도도 아직 못하는 그러한 자이다. 나는 내가 방언을 받지 못한 것을 가끔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여태껏 방언기도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이 없었기에 주께서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나의기도 생활에는 존경하는 여러 신앙 선배들과 동료들처럼 깊은 헌신과 많은 노력이 없다. 나는 이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기도에서는 한 참 낮은 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품고 계신 그 마음을 나에게도 품게 하셨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그 마음은 하나님의 아픔에 관한 것이다. 그 것은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당하는 아픔을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아픔이다. 하나님은 그 아픔을 나에게 보이셨고 참으로 황송하게도 나로 하여금 그 아픔을 함께 품는 것을 허락하셨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의 아파하시는 그 마음을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과 표현에 또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내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내가 깨우칠 수가 있었다는 뜻이지 내가 이러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기도란 결국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도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또는 그 마음을 내가 품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랫동안 삶은 나눈 부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남편이 혹은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직감적으로 체험적으로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기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오래 하다 보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기쁨과 슬픔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내가 알 수 있고 아버지께서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그 마음을 기도하는 사람에게 한하여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시는 것이다.
기도는 특히 기도드리는 지금 이 시간 나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기도는 더욱 더 깊어지는가 보다.

<깊은 기도>

주께서
깊은 마음
종에게 보이시니
내 속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나이다.

주의 빛난 그 형용
본 적이 없으며
주의 그 음성
들은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이 낮고 천한 자에게
귀한 말씀 주시는 지요?

받은 은혜 감사코자
가진 것 중 정결치 못한 것 다 제하니
남는 것 오직 하나

가녀린, 주사랑 마음

높은 하늘에 올려드리려 하나
중도에 흩어질까
차마 놓지 못하니

주의 천사
은쟁반에 사뿐히 받아
하늘로 올라가네.

내 평생
깊은 기도
이 한번 족하오니

주신 마음
가슴에 품고
영원히 노래하겠나이다.

(2010. 8. 9)
(2012. 4. 9 개작)

현재 나의 기도는 여기에서 머물러 있다. 이다음에 어떤 단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영성이 깊고 기도의 체험이 많은 분들이 벌써 체험하였지만 활자로 표현하기가 송구스러워 조심하고 있는 신비한 단계 혹은 이미 활자로 혹은 구두로 표현되고 구술되었지만 그 진리를 미처 깨우치지 못하여 그 실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오묘한 단계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분들에게 허용된 그 단계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나의 기도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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