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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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30 11:36
기도는 나의 시(詩)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275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는 글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낸 것을 경험하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글을 쓰는 재능을 주셨는가 하는 질문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사실 글 쓰는 재능까지는 아니지만 글쓰기에는 제법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작문시간에 내가 쓴 글을 담임선생님이 읽으시고 많은 칭찬을 해주시면서 반 아이들 앞에서 나를 ‘작문왕(作文王)’이라고 불러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격려 차원에서 하신 말씀인 것 같은데 그 격려가 그 이후로도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던 것이다.
그 이후 개인적으로 글을 취미 삼아 써 본 것도 없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예반에 들어가려 시도해 본 적 조차 없었다. 나 스스로도 글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예과 시절 내가 속한 동아리는 의사 시인들을 제법 배출하였다. 그러한 전통이 있었기에 의과대학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시화전을 연례적으로 개최하였다. 시화전을 위하여 예과생인 나에게도 시 세 편을 써 내라고 해서 의무적으로 써 낸 적이 있었다. 이것 때문인지 몰라도 대학 2학년 때 문예부장으로부터 의과대학 학예지 편집위원으로 수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문예부장과의 친분사이 때문에 요청을 거절 할 수 없어서 편집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 편집위원들은 학우들이 낸 원고를 정리하는 작업뿐 아니라 학우들의 원고만으로는 학예지가 구색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는 편집위원들이 직접 글로 써 내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세기의 혼” 이란 거창한 제목을 가진 단편 소설(?)을 의무적으로 써서 학예지에 낸 적은 있었다.
산문은 의학논문이라든지 청탁받은 원고나 수필 등을 써 본적이 있지만 운문은 정말 예과 시절 시화전에 내기 위하여 썼던 것이 전부였다. 나에게 운문에 대한 재능이 과연 있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 하던 어느 날 하루 일을 마치고 연구실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정말 내가 생각해 놀랍게도 운문 형식을 갖춘 글이 세편이나 술술 써졌다. 물론 그 글들은 습작 수준에 머무르는 그러한 것들 이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산문을 썼던 것처럼 운문도 그렇게 용이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나에게도 운문을 쓸 수 있는 그러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일 세 편의 글들을 쓸 수가 있었다. 다음의 글 <간청>이 그 세편 중에 한 편이다. 후에 몇 번 수정되어 지금의 형태가 되었지만 원형은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
<간청(懇請)>
천사장(天使長)이 나팔 불 때
종의 이름을 불러 주소서
여호수아처럼 용맹하지 못해도
갈렙처럼 담대하지 못해도
앞장서길 원하나이다.
빛의 갑옷 입고
불의 병거(兵車) 타고
성령의 검을 이미 빼어 들었사오니
원컨대
종을 선두(先頭)에 세워 주소서.
혹 위태하게 되면
주의 천군(天軍)이 보호해 주실 것이요
힘이 다하면
주의 천사(天使)가 힘이 되실 것이라.
앞장서 달려가려는 길
험난하고 고난한 줄 아오나
그 끝에는 분명 영광 있으리니
주 영광 위해
종이 앞서길 원하오니
내 주는
부디 응낙(應諾)해주소서.
(2010. 7. 8)
(2011. 4. 3 개작)
매일 세 편의 글들을 내가 가지게 되었고 몇 주가 지나지 않아서 글들이 제법 모여지자 글쓰기에 재미가 났다. 나는 나에게 이러한 능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과부의 집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기름을 부어 주시기를 간구하면서 매일 글 쓰는 일들을 계속하였다.
글의 중요한 주제라고 할 까 심상이라고 할 까 이러한 것들이 주로 아침 기상 시에 나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주어진 그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계속 암기하면서 그 마음이 주는 대로 글을 적어 보았다.
글은 계속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으나 나에게서 나온 글들을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은혜는 분명 많이 받았는데 그리고 그 은혜를 받아 적었다고 생각되었는데 써진 글 들은 그 은혜를 다 표현하지 못하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 안타까움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결론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나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 능력부족을 고백하고 나에게 이러한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이왕 글을 쓰게 하셨으니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까지도 달라는 뻔뻔한(?) 기도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도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이왕 능력을 주시려면 다윗에게 주신 만큼 달라는 기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다윗 보다 더 잘 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고 배짱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나는 이 지구상에 하나님의 위대한 시인은 다윗 왕 한 사람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 누구도 결코 다윗 왕이 썼던 그 위대한 시를 능가할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다윗 왕 이전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노래한 글이 <은혜 받은 자>이다.
<은혜 받은 자>
주께서 은혜를 베푸셨으니
종이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아침마다
이상(理想)을 내 마음에 부으셨으니
침상(寢牀)에서 누워 있을 수 없나이다.
주께서
부어 주시는 그 기름
끊어지지 않도록
마음에 담아
철필(鐵筆)이 무디어 질 때까지 쓰고 또 썼으나
심히 부족한 것이 종의 필력이라
이를 못다 표현하오니
주는
은혜를 더 하사
다윗에게 주셨던 글 솜씨를
종에게도 내려주소서.
그에 못지않은
주 사랑을
영원 영원히 노래하리 이다.
(2010. 7. 8)
(2011. 4. 4 개작)
내가 쓴 글들은 운문형태를 가진 기도문(祈禱文)이다. 혹 시라고 불릴 수가 있다면 기도시(祈禱詩)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시론에 관한 책을 읽어 보니 나의 기도 글은 기원적(祈願的) 시점(視點)을 가진 독백적(獨白的) 진술(陳述)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한 저자의 시론은 시인은 시의 대상(對象)을 시적인식(認識)을 통하여 시적 언술(言術)을 하므로 시라는 작품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시적 언술에는 묘사와 진술이 있고 시적 진술에는 독백적, 권유적, 해석적 진술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독백적 진술로 표현된 시는 그 시적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회고적 시점과 기원적 시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오규원 저 ‘현대시 작법, 1990, 문학과 지성사, 47쪽, 159쪽
나의 기도의 글이 시론에서 보면 시적 진술로 만들어진 작품일 수 있다는 문학적 판단에 나는 또 다른 뿌듯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시론에서 나의 기도 글을 어떻게 판단해 줄 것인가에 대해 사실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이것을-시론에서 말하는 시적 대상-다윗 왕이 표현했던 것처럼 완벽하게 표현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요 욕망이요 의지였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욕망은 거칠게 표현되기도 하였다.
<질투>
종의 질투를 용서하소서.
왜 주는
다윗 왕을 그렇게 편애하셨습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왜 다윗 에게만 허용하셨습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왜 다윗 에게만 몰아 주셨습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성을
왜 다윗에게만 허락하셨습니까?
주는 왜 다윗을 편애하여 왕이 되게 하셨습니까?
주는 왜 종으로 하여금 다윗을 질투하게 하셨습니까?
그러나 어찌 나의 글쓰기 수준을 감위 다윗 왕과 비교하려고 한단 말인가? 나의 이러한 유치한 철부지 생떼는 그 것을 한 번 해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본연의 자세를 일치감치 깨닫고 글쓰기 노력을 부단하게 계속하였다.
점차 은혜에서 사랑을 향하고 있었다. 처음 믿음을 가졌을 때처럼 그러한 뜨거운 사랑은 아니지만 그 보다는 더욱 성숙한 어떤 사랑은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마음을 노래하고 또 노래하였다.
<사모(思慕)의 곡, 1>
주(主)께서 길을 여시니
종(從)은 따라 갈 따름입니다.
주께서 따라 오라 하시니
종은 좇아 갈 뿐입니다.
주께서 앞서 가고 계신 그 길,
어디로 가는 지
종은 알 수 없으나
분명히 믿는 것은
골고다를 통과하면
영광의 주님을 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방 주위 아무런 증거 없으나
내 주께서 오라 하시니
종은 그저 따라 갈 뿐입니다.
<사모의 곡, 2>
주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들을 이루소서.
종이 그 일들을 하겠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든 것 인가 와는 상관없이
그 일이 얼마나 오랫동안 해야 될 일인가 와는 상관없이
그 일들을 하겠습니다.
오직
주의 아름다운 이름이 들어만 난다면,
주의 찬란한 영광이 들어만 난다면…….
오직
주의 빛나는 얼굴을 뵐 수만 있다면…….
<사모의 곡, 3>
죽도록 사모할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할 지어다.
사모할 그 사람이 우리 주(主)님 인 사람은
정말로 행복할 지어다.
그 주님을 한가지로 사모하는 사람은
정말로 행복할 지어다.
오늘도 그 주님을 만나고자 마음을 여는 사람은
정말로 행복할 지어다.
눈에 안 보이는 그 주님을 노래하는 사람은
정말로 행복할 지어다.
주께서
그 마음을 받아주시는 그 사랑하는 자는
정말로 행복할 지어다.
매일 글로 표현되던 나의 기도는 뜻하지 않게 아니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게 그 끝을 지향하고 있었다.
벌써 주님의 마음을 공명하는 노래를 부르기를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의 마음을 노래하겠다는 것이다.
간구로 시작된 기도는 점차 은혜와 사랑을 노래하기로 되어 있다. 말하는 기도는 듣는 기도로 바뀌게 되어 기도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주님이며 나의 마음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임을 깨달아 알게 된다. 기도의 핵심은 주님의 마음을 아는 것 인 것이다.
주님의 마음을 알아야 주님의 마음을 공명할 수 있는 기도를 드릴 수 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기도를 받는 주님, 주님의 마음이 그 모든 핵심이 되는 것이다
기도하는 중에 나는 그 기도하는 자가 닿을 수 있는 그 끝에 가 서 있게 된 것이다.
<주를 노래하고 노래함>
주께서 불어 넣어 주신 그 생기(生氣)
곱게, 곱게 다듬었더니
이제야 소리로 익었나 봅니다.
심중에 가두어 두었던
주 사모하는 마음
더 이상 가둘 수 없어
소리위에 실어 보냅니다.
이 곡조가 바람을 타고
오르고 올라
하늘 성전 보좌에 상달되기를,
주의 마음을 공명(共鳴)하여
주를 기쁘게 하는
노래 중의 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기만 합니다.
(2010. 7. 8)
(2011. 4. 11 개작)
기도의 핵심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기도는 중단될 수 없는 것이다. 기도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도가 중단되면 하늘로부터 공급되는 기름이 그칠 줄 모른다. 그러면 나의 글은 그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사명도 끝나게 될 것이다. 나는 결코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기도는 또 다른 이유로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기도의 글을 써 내었던 그 시간은 정말 꿈같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 일과를 마치고 남는 시간은 글쓰기에 바빴다. 그 전에 무료하게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도 내 글쓰기를 막을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나는 글을 써 나갔다.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온 세상이
무더위에 항복한 날에
덥다고 투정하지 않고
잠 못 자겠다고 불평하지 않고
오직
한 편의 시를 얻기 위해
온 밤을 땀 흘리는 당신이여
새벽 동 트기 전에
주께서
시원한 바람을 주시리라.
그 바람은
성령의 바람,
당신을 저 높은 곳으로 데려가리.
창공을 오르다 보면
하늘에 닿고
하늘에 들어서면
당신이 꿈에도 그리는
주님을 봬 오리라.
사랑하는 자여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나와 함께
천국을 거닐어 보자구나
나의
사랑하는 자여…….
(2010. 7. 25)
(2011. 4. 7 개작)
이렇게 시작되고 진행되어 온 글쓰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기름병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기도의 글이 멋진 글이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적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기도하라고 하셨고 그 마음을 주셨고 그 마음을 받아서 나는 내 마음에 떠오는 것, 사실 엄밀히 말하면 주시는 것을 받아 적는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혹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받아 적은 글이 어찌 그 것 밖에 안 되는가?
사실 이렇게 물으면 나 역시 그 물음에 대하여 답답하다. 그러나 어떠하랴, 나의 능력이 그것 밖에 안 되는데.
그 이후로 나는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이상의 것을 나에게 주시지 않았다.
다윗만큼 달라는 나의 불경한 요구에 대한 하나님의 답인지 모른다.
나는 내가 그분의 형상으로 지어진 멋진 존재임을 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놀라운 특권을 부여 받은 하나님의 양자임도 잘 안다. 보혜사 성령님께서 끊임없이 보호해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귀한 존재임을 안다. 나는 하나님의 군사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그 확장을 위하여 이 땅에서 열심히 싸워가고 있는 전사가 되기를 꿈꾼다. 나는 기도의 제사장으로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위하여 매일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되길 간구한다.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그 마음을 글로 표현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그 일이 현재 내게 주어진 일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놀라운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있고 또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존재와 나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그 것은 흙에 관한 것이고 먼지에 관한 것이다.
<흙의 노래>
나는 흙입니다.
아니 티끌입니다.
나 글쓰기 좋아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나
티끌에서는 흙밖에 나올 것이 없어라.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
만물 중에서 가장 빼어난 노래로
당신을 노래하기를 소원하오니
내 속에
당신의 마음 한 조각
당신의 음성 한 음절
심어 주소서
글 쓰는 이 손이 다 부서져 흙이 되고
노래하다 내 목청 다 녹아 티끌이 될 지라도
기필코 그 노래를 만들고야 말 것이니
흙에서 나를 빚으신 이여
티끌에서 나를 조성하신 이여
당신의 생명 한 가닥
나에게 심어 주소서
나 흙으로 돌아 갈 때 까지
당신의 노래만 부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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