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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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23 15:29
나무는 동면(冬眠)하지 않는다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923
초겨울 엷어져 가는 햇살은
떠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처럼
슬프다
뜨거웠던 그 여름날의 사랑을
붉은 물감으로
나뭇잎에 하나하나 고스란히 새겨두었는데
야속한 찬바람
그 모든 추억 다 앗아갔네
이제는 다 끝났다고
때가 되면 봄이 찾아올 것이라고
아무런 위로조차 되지 못한
무성의한 말만 던져놓고 단꿈을 찾아 떠난
그 깊은 겨울밤
숲속에 내리는 눈 소리를
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은
살을 에는 추위보다 더 아프구다
아픔이 클수록
껍질은 더 두터워지는 것
그 날이 오면
두꺼운 외투 주머니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시편을 꺼내 읽듯이
물오른 가지 터져 오르는 움 하나하나에 쓴 편지
봄 아지랑이에 실어 보내리니
그 때에야
그 길고 아픈 겨울동안
별들이 전해 준 사랑의 이야기와
달빛이 흘려 준 이별의 눈물이
어떻게 수 천송이 꽃이 되었는지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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