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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05 06:26
첫 번째 해외 의료봉사(2001년) 후기(後記): 필리핀 세부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938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의 수련의 과정을 마쳐서 내과 전문의가 되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의관으로 3년 3개월 동안의 군 복무까지 다 마친 글쓴이는 의업(醫業)을 본업(本業)으로 하는 의사가 되었다. 의술이 인술이라는 사회의 통념에 대해 본인 또한 그러하다고 자각하고 있었기에 여름 철 만 되면 약간의 갈등을 갖게 되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선배들의 삶에 비하여 현실에 안주하여 자신과 가족의 일상적인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나의 소시민적인 삶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어서 그러하였다.
존경하는 선배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사실 내 스스로 압력으로 느꼈지 그 선배님은 결코 내게 압력을 준 적이 없다)도 있어왔고 또  그 선배님이 단장을 맡고 있는 봉사단이 그 해 봉사할 곳으로 결정된 곳이 큰 형이 살고 계시는 곳이었기에 이제는 정말 더 미룰 수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의료 봉사를 자원하였다. 그 해 2001년 의료봉사단에 속하여 간 나의 첫 번째 해외의료봉사지가 필리핀 세부(Cebu city)였다.
나는 예과 시절부터 거의 모든 여름 방학마다 농촌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의료봉사를 한다는 것 자체는 나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외국에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통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함께 임상에서 흔히 하는 검사 없이 오직 문진과 이학적 검사로 병을 진단해야 하는 상황 때문 이었다. 또한  설혹 진단을 제대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봉사단이 준비해서 가져가는 한정된 의약품으로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또 그 질환에 꼭 필요한 치료 약품이 구비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료봉사에 나섰다. 현지에 가서 진료를 해 보니 역시 통역의 문제는 예상했던 바와 같았다. 일상적인 의사는 잘 소통이 되었으나 환자가 호소하는 그 미묘한 증세들을 통역자들이 자신이 아는 단어만을 사용하여 영어로 옮기므로 정확한 환자의 호소가 그대로 통역될 수 없었다. 또한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의사 표현 역시 통역자들에 의하여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형편없는 영어 구사 능력에도 불구하고 통역자는 내가 하는 말을 거의 다 알아듣는 것 같았다. 나 역시 환자들의 표정, 몸짓으로 그 들의 아픔과 호소하는 것, 원하는 것을 거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body language가 현지에서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정말 낙천적 이었다. 물질적으로는 분명 우리보다 어려워 보였던 것은 틀림없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는 항상 미소와 여유가 있었다. 이들이 어쩌면 봉사하러 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해외의료봉사는 보통 5박6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그 중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왕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제하면 실제 진료봉사기간은 3일을 잘 넘기지 않는다. 나는 그 3일 동안 정말 열심히 내가 가진 의료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봉사를 하였다. 봉사일정을 무사히 다 마치고 나서 우리들은 후한 대접을 받았다.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들은 아주 풍광이 좋은 바닷가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받았던 것이다. 점심 식사는 뷔페 식사가 제공되었다. 많은 종류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삶은 새우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모두들 그 새우를 실컷 먹었다. 그런데 바로 그 새우 요리가 문제를 일으켰다. 숙소로 돌아 오자말자 봉사대원들이 하나 둘 열이 나더니 설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모든 대원들이 설사를 하였다. 화장실을 가기 전에 벌써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문제로 지목된 그 새우를 적게 먹은 탓인지 가벼운 설사 외에는 심한 증상이 없었다. 남아 있는 수액을 증세가 심한 대원들에게 다 주사하고 약을 처방하고…….
다행하게도 귀국하기 전에 대부분 대원들이 회복되었다. 현지 봉사를 다 마친 후 식중독이란 큰 대접을 받은 것이다. 물론 조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겠지만 아마 원주민들은 이미 면역이 되어 있어서 그 음식을 먹었어도 식중독 증세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지방 풍토병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는 외국인은 아무리 훌륭한 목적을 위해 그곳에 왔더라도 그 지역의 풍토병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첫 번째 해외의료봉사는 마지막 날 받은 식중독이란 선물(?)덕분에 지금도 잘 기억되고 있다. 봉사를 다 마친 후 회식을 조심해야 된다는 것과 봉사대원 개개인 위생 교육이 그 모든 준비보다 앞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그 누구도 풍토병을 피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기보다는 외국인 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어쩌면 필수적인 현지화 과정이라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되었다.

나영신 14-10-01 01:04
 
교수님의  그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도  의료봉사선교  나가실 때  봉사하고  싶습니다.
     
金德圭 14-10-01 18:59
 
신앙심 깊은 선배들이 하는 일을 곁에서 보고 따라 하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흉내도 내지 못했는데 사랑의 실천이라고 좋게 봐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역을 자원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내년 계획을 세울 때 꼭 연락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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