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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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2-23 05:52

아홉 번째 해외의료봉사(2011년 겨울) 후기(1):인도네시아 먼따와이제도

글쓴이 : 金德圭

조회 : 1,713

2011년 1월 25일(화) 아침 맑다.

우리 일행 7명을 태운 가루다 항공기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에서 북서쪽을 향하여 날았다. 한 시간 반 남짓 비행하였을까 비행기는 수마트라 섬 남서부의 제일 큰 도시 빠당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빠당 공항에 내려 의약품과 구호품이 든 짐과 우리 일행의 여행용 가방을 찾아 9인승 밴에 옮기고 또 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달렸다.
이윽고 멀리 바다가 보이더니 빠당의 항구에 도착하였다.

근대화되지 못한 부두의 설비와 시스템으로 인하여 선착장은 사람과 차와 화물과 porter들이 서로 엉켜서 매우 혼잡하였다. 정차한 곳은 배와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여기서 부터 배까지 여객이든 화주든 자신의 물건들을 자신이 직접 들고 가든지 아니면 그 곳에 상주하는 porter들에게 맡겨야 했다. 우리 일행을 보고 poter 들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그 중 한명에게 우리들의 짐을 옮기도록 한 다음 우리는 표를 사러 매표구로 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벌써 2등석은 매진되었고 3등석(입석)도 지금 들어가서는 좋은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탈 배 는 정부가 직영하는 배 이다. 침대칸 이른 바 특실이 있지만 특실은 예약되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공무로 이동할 때 사용되기에 비어 있을 때 한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선내 승무원이 허용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침대칸이 비어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표를 끊은 우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수 램프를 통하여 연결되는 화물창에는 이미 몇 대의 차량 과 많은 화물들이 산더미처럼 적재되어 있었다. 이 들 화물들로 인하여 여객들이 다니는 통로조차도 확보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선수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적재함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의 짐들을 그 곳에 실을 수가 있었다.

우리들의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승무원은 침대칸도 이미 만원이라는 대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선택이 없었다. 이제는 삼등칸에서 라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 엄연한 현실을 마주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우리가 짐을 싣는 동안 일부 대원은 삼등칸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기로 하였다.

출입구 난간 입구에 까지 화물로 꽉 차서 이동이 쉽지 않았다. 겨우 사람들과 화물들을 비켜서 삼등칸에 올라가니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였다. 좋은 자리라고 해서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앉아가다가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말한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다행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현지인 한 사람이 와서 무엇이라고 소리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이 잡아 놓은 자리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잡아 놓은 자리를 우리 대원이 비어있는 자리인줄 알고 잡았던 것이다.
그 들이 No! 라고 하기에 자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잡은 자리이므로 그 곳에 앉지 말라는 뜻의 No! 이었던 것이다.

삼등칸은 이내 초만원이 되었다. 젖먹이와 노인들, 여인들도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연기로 더 이상 삼등칸에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선미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 곳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다들 담배를 열심히 피우고 있었으나 삼등칸만큼 담배연기가 심하지 않아서 참을 만 하였다.

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간, 우리들을 태우고 갈 ferry boat, Ambu-Ambu号는 드디어 긴 뱃고동을 울리고 앵커를 들어 올린 후 선착장을 떠나기 시작한다.

미지의 섬에 간다는 기대도 흥분도 가길 수 없었다. 단지 열 네 시간의 항해를 해야 하는 동안 배 멀미를 하지 않을 까? 어디에서 누워 잠을 자야 하는가 하는 현실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등실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 또는 담배 연기를 견디지 못한 사람 혹은 밤바다 위 밤하늘을 쳐다보기를 원하는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후갑판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열시 쯤 되었을까? 갑판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잠을 자러 일부는 객실로 내려가고 일부는 앉아서 담소를 나누던 그 곳에서 잠자리를 펴기 시작한다. 삼등실에서 밤을 지내기를 포기한 우리들 일행도 저들처럼 갑판위에 매트를 펴서 자기로 하였다. 사실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갑판 난간에 구명보트와 구명부이가 달려 있는 것이 눈에 뛴다. 유사시에 이렇게 개방된 공간에 있는 것이 선실에서 자다가 변을 당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돈 주고 빌려온 매트위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 시달린 탓에 갑판 위 노숙도 오는 잠을 뿌리 칠 수 없었다.

두 세 시간 잤을까 신선한 바람들이 불어오는 것이 잠결에 느껴졌다. 시원한 바람이 주는 그 조그마한 즐거움도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바람이 제법 세어지더니 급기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황급히 일어나 매트를 접어 선실로 뛰어 들어갔다. 선실 복도는 이미 초만원, 심지어 계단에 까지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

우리들 몸을 눕힐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서 남아있는 곳은 특실(침대칸) 복도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체면과 상관없이 그 곳에 매트를 깔고 누워있다. 선원들도 승객들이 그 곳에 매트를 깔고 잠자는 것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겨우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내 몸을 눕혔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정말 유일한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어서, 내 몸 하나라도 이렇게 누워서 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의 행복은 딴 것이 아니었다. 눈높이를 낮추면 누구나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리라.

비가 내려 한 바탕 부산하였던 선실 내 분위기는 한 밤중 시간, 인도양 깊은 내해에 깊은 잠으로 인해 곧 조용해 졌다.
내가 깔고 누운 매트는 결코 깨끗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신발신고 지나가는 침대칸 복도 역시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서 나로 하여금 잠을 못 자게 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히 역겨운 냄새들이 났을 터 인데 당시에는 아무런 그러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침대칸 승객들이 간혹 볼일 보러 지나갔지만 자신들이 비싸게 돈을 주고 산 침대칸의 특권이 침해당한 불쾌한 내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복도에 자리 깔고 누운 사람들 역시 그 누구도 침대칸 승객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 일행은 이내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

매트에 누웠지만 내 머리 위와 발아래에 다른 사람들이 누워있었기에 두 다리를 마음대로 펼 수 없었다. 배낭을 두 다리 밑에 넣어 무릎을 구부리자 제법 편해졌다. 선잠이기는 하지만 그 잠을 그래도 이어갈 수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비몽사몽간에 나는 마치 초호화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는 아주 잔잔한 호수 같은 유리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하고 있었다. 간간히 부는 바람으로 인하여 배가 좌우로 미동하여 단조롭기 쉬운 항해에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아주 향긋한 냄새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날라 왔다. 특실(침대칸) 복도 바닥에 노숙하는 나에게 하늘이 베풀어 준 단 꿈인가? 나는 그 꿈을 좇아 이 항해를 마치고 싶었다. 끊어졌던 잠이 이내 이어졌다.



Ahn 11-08-08 16:06 교수님^^ 기행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기행 뒷편이 참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번에 다녀오신 필리핀 기행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기행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기행 뒷편이 참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번에 다녀오신 필리핀 기행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金德圭 11-08-16 15:24 사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나라가 아니어서 인도네시아 기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없는 것 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글을 올린 후에도 댓글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뒷편의 이야기를 올려 달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제법 지난 지금 당시의 그 느낌을 생생하게 쓸 수 있을 까 하는 자신감 없는 생각도 듭니다. 아뭏든 님이 원하시는 그런 글을 올리도록 노력은 하겠습니다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아침소리). 사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나라가 아니어서 인도네시아 기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없는 것 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글을 올린 후에도 댓글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뒷편의 이야기를 올려 달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제법 지난 지금 당시의 그 느낌을 생생하게 쓸 수 있을 까 하는 자신감 없는 생각도 듭니다. 아뭏든 님이 원하시는 그런 글을 올리도록 노력은 하겠습니다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아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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