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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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10:18

"북한內 마음의 혁명-조선일보 이태훈기자

글쓴이 : 金德圭

조회 : 1,582

석학 몰트만, 제자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과 희망을 논하다
'희망의 윤리'가 중요하다 - 독일정부, 그리스 부채 탕감… 구약 '희년' 정신에 따른 것
다종교 한국, 이게 필요하다 - 타종교 훼방 말고 존중을… 외국선교는 행동과 삶으로
"무한 경쟁, 성장제일주의, 물질만능주의 같은 세상의 방식을 좇을 때 교회는 본래의 향기와 역할을 잃어버립니다. 교회는 모범적 공동체로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함부르크를 초토화한 영국군 공습으로 바로 곁 친구들의 사지가 찢겨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울부짖던 독일 소년은 이제 미수(米壽)를 앞둔 노(老) 신학자가 됐다. 위르겐 몰트만(86)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 그는 대표 저작 '희망의 신학'(1964)으로 한국 신학계와 교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이다. 최근 그의 저작 '희망의 윤리'(대한기독교서회)가 독일 밖에선 최초로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한국 교회의 뜨거운 관심 덕분이다. 지난 1일 몰트만 교수는 제자인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과 철쭉 가득 핀 경기도 부천의 서울신학대 캠퍼스를 함께 걸으며 희망, 정의, 평화, 사랑, 공동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왜 지금 '희망의 윤리'인가.

"전쟁, 테러, 재난, 종교 갈등, 빈부 격차 같은 현실이 절망스러워 보일수록 '희망'을 숙고해야 한다. '희망의 신학'이 기독교인의 희망 원리를 다뤘다면, '희망의 윤리'는 정의·평화·생명·의료·환경·생태·인권 등 사회의 실천적 영역에서 기독교인과 교회가 '희망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 문제를 다뤘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미래의 희망을 현재에 가능하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채무 위기에서도 독일 교회는 독일 정부가 그리스 부채 탕감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재생과 부활의 '희년(7년이 7번 반복된 다음 해인 50번째 해에 노예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해준 구약 전통)' 정신에 따른 것이다."
―희망을 말하기엔 북한 체제처럼 '조직화된 불의(不義)' 앞에 종교가 너무 무력하지 않은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 교회가 큰 역할을 한 데서 보듯, 교회는 불의한 시스템에 대해 절대 무력하지 않다. 아랍의 봄이 인터넷 혁명을 통해 왔듯, 북한에도 TV·라디오·인터넷 등을 통해 안으로부터 '마음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일에 한국 교회가 나선다면 어떤 군사력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불의에 대한 저항은 마지막까지 비폭력적 방법이어야 한다."

―현대는 오히려 무신론이 종교인 시대처럼 보인다.

"신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만이 무신론을 얘기할 수 있다. 과학적 무신론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주의적 불가지론으로 몰아간다. 리처드 도킨스처럼 신(神)에 대해 모르면서 신(神)이 없다고 얘기하는 이들은 인간 마음의 허점을 파고드는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20세기에 등장했던 과학적 무신론은 파시즘, 공산주의, 나치즘으로 귀결됐다."

―한국과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는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나.

"첫째, 다른 종교를 훼방해선 안 된다. 둘째, 국가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모든 종교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 정말 비(非)기독교 국가에서 선교하고 싶다면, 그곳에 가서 함께 살면서 행실과 삶으로써 선교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휘말리지 말고, 어떻게 성서적 공동체를 세워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할지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에 기반한 정당은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될 뿐 제대로 기능할 수 없으며, 권력에 취해 타락하기 쉽다."

몰트만 교수는 "다음 연구 주제는 '자유'와 '기쁨'"이라고 했다. 정의·평화윤리, 생명·생태윤리 등 수많은 실천적 주제를 다양하게 전개해 온 노신학자는 마침내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에 관한 근원적 질문에 다다른 것이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고난과 고통 문제를 다뤘어요. 예수를 믿는다는 건 결국 믿는 사람을 자유케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유를 누리고,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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