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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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07 11:25
창작(創作) <마지막 외침>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572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여 있다. 을씨년스런 날씨 탓에 더 춥게 느껴진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동무들,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떡을 먹어 시오. “
반동분자로 지목된 박 광혁의 외침은 수발의 총성에 묻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발이 더욱 세지더니 어느새 함박눈이 되어 공개처형장에도, 마을에도, 산에도 끊임없이 부어졌다. 그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더운 피, 그 선명한 붉음도 이내 하얀 눈 밑으로 사라졌다.
함경북도 무산시(茂山市) 철도노동자인 그는 중국에서 우연히 만난 남조선 사람이 전하여 준 복음을 믿었다는 그 한 가지 사실 때문에 공개 총살을 당하였다. 종교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어 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전한 그 조국의 법에 의하여 말이다.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떡을 먹어 시오”란 그의 외침이 총알처럼 날아와 박혔다. 예수쟁이의 처형장면을 지켜 본 탓인지 갈증이 생겼다. 살벌한 분위기로 잊어졌던 허기가 다시 엄습해 왔다.
굶주림이 아무리 습관화되고 체질화되었다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허기증을 이겨낼 장사는 없다. 갈증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 처형장에 동원된 사람들 중 누군가 하늘에서 내려 온 눈을 무심코 받아먹기 시작하였다.
눈이 입속에 들어간 순간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눈이 흰 떡으로 변한 것이다.
“떡이다,
눈이 떡이 되었다“
그 사람이 외쳐대는 소리에 너도 나도 허급지급 땅에 쌓인 눈을 주어먹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배가 고팠기에 다른 것을 생각할 틈도 없었던 것이다. 정말, 그랬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함박눈이 먹음직한 떡이 되어 쉴 새 없이 삼켜졌다. 그 눈 떡은 희한하게도 배고픔뿐만 아니라 갈증도 없애주었다.
삽시간에 발생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 대장의 눈치를 보고 있던 총살대원 중 한 명이 슬그머니 총을 내려놓고 두 손에 눈을 가득 담아 대장의 손에 안겨주고 자신도 먹기 시작 하였다. 어버이수령이 주지 못한 식량을 총살당한 반동분자 때문에 먹게 되었다는 것을 말로 안했을 뿐이지 눈 떡을 먹고 배부른 사람들은 다 알았다.
드센 눈발로 인하여 주위가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날조된 박 광혁의 죄목을 열거하고 공개총살을 선고한 자, 무법 재판의 판정에 찬동한 자, 총살대원에게 발포를 명령한 자, 그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긴 자, 현장에 있었던 이들이 범한 그 모든 죄와 잘못들도 다 눈으로 덮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아니 해야 하는 일은 하늘에서 내린 생명의 떡을 집에 몸져누워있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도 주어서 먹게 하는 일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향하여 뛰기 시작하였다.
달음질하는 무리들 앞에 총살대장이 앞장서듯 달리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모처럼 화색이 감돌았다. 오래전에 사라졌던 웃음도 되돌아왔다. 의인 한사람의 죽음이 다 죽어가는 그 땅에 생명을 불어 넣은 것이었다.
정말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 글속의 인물과 배경, 사건은 모두 글쓴이의 창작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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