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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12 22:41
네 번째 해외 의료봉사(2004년) 후기: 중국 윈난성(雲南省) 리짱(麗江)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719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로부터 중국에서 의료봉사를 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우리 봉사단은 만들어진지 이제 일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봉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니 봉사단원 모두가 다 많이 고무되었다. 더구나 중국은 개방은 되었지만 공산주의 국가이기에 혹시 의료봉사 하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간곡한 요청을 거절할 만큼은 아니었다.
봉사지역인 룽싼샹(龍山鄕)은 윈난 성 리짱에서도 차를 몇 시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였다. 그 오지에서의 봉사, 지금도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진료 중에 만난 원주민 텐자이예(全在乂)때문이다. 그는 5-6살로 보이는 아들을 키우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홀아비였다. 부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돈 벌러 나갔다가 연락도 없고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혼자 진료를 받으러 왔다. 아니 우리 의료팀이 자신의 집에 있는 아들을 진찰해 줄 수 있는 가를 부탁하러 왔다. 내용인즉 아들은 장애가 심하고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의 낯을 가려서 진료를 받으러 올 수 없으니 대신 집으로 가서 아이를 진찰해 달라는 것 이었다.
가서 봐 주고는 싶지만 그 사람이 사는 곳이 우리의 진료소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가는 길이 험해서 외지인들은 가기가 힘든 곳이었다. 뿐 만 아니라 진료소에 모여들은 사람들을 진료하기도 바쁜데 진찰 중인 의사 한 사람을 빼내는 것은 전체 진료 봉사에 차질을 가져오는 것이고 설혹 간다고 해도 그 아이가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황에 적합한 약품 등을 준비해서 갈 수 없기에 상당한 종류의 약과 준비를 해 가야하는 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들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진료소로 아이를 데려 오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텐자이예의 반응이 자못 심각하였다. 아이를 데려오면 치료해서 낫게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참 당돌하고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너무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그렇게 우리들을 향하여 말하였기에 우리들 역시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은 우리가 고칠 수 있는 병이면 최선을 다하여 치료해 주겠다고 하면서 아이를 데려 오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는 반신반의하면서 돌아갔다.
그런데 그날 오후 진료가 거의 마칠 때 즈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등에 업고 진료소에 나타났다. 등에 업힌 그 아이는 진료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우리는 텐자이예가 왜 자신의 아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기를 원하지 않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 아이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모두들 그 아이가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이의 모습은 짐승에 가까왔다. 이렇게 무례한 표현을 하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처음에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아이는 아버지의 등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선천성 소두증과 신체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말을 할 줄 몰랐다. 지능장애가 있었고 피부는 처음에는 피부병이라고 생각할 만큼 엉망이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씻기지 않아서 그렇게 보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손톱은 한 번도 깎은 것 같지 않았다.
아버지의 등에서 아이는 계속해서 울었다.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는 울음소리라기보다는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 아이는 갑자기 자신의 주위에 변한 환경과 처음 보는 그 모든 것과 그 모든 사람을 두려워했다. 아마도 태어나서 이제껏 아버지 외에는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제 텐자이예가 아들을 데려오지 않으려고 한 이유는 분명하였으며 충분하였다. 우리 모두는 정말 미안하였고 우선 할 말이 없었다.
진찰보다 더 시급한 것은 아이를 목욕시키는 것 이었다. 처음에는 피부병으로 생각하고 피부를 소독하면서 살펴보니 다행히 피부병이 아니라 그 동안 목욕을 시키지 않아서 달라붙어 있는 떼 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물을 채운 통에 들어가기를 기급하여 울어대던 아이를 텐자이예가 달래고 또 달래서 마침내 물속에 넣었다. 따뜻한 물이 주는 느낌이 마치 자신이 엄마 자궁 속에서 양수에 잠겨있던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때야 비로소 아이는 울기를 그쳤다. 간호사인 봉사대원이 자신의 몸을 씻겨 주자 밀어 내치던 손길도 수그러들었다. 아니 잠잠해 졌다. 몸을 씻어 주는  그 손길, 지금은 도저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언젠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엄마가 자신의 몸을 씻겨 주던 그 때가  불현듯 되살아나서 그런가.
아이는 웃는 듯하였다.
성공적인 목욕을 마친 후 손톱을 깎아주고 머리와 몸에 피부약을 발라주고 상당한 기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의 어린이 영양제를 지어 주었다.
텐자이예는 아이가 기대 이상의 치료를 받았다고 확신하였는지 연신 우리에게 흡족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였다.
모든 조치가 끝나자 그는 아이를 익숙하게 등에 업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들은 그 아이의 병을 낫게 해 주었는가?
물론 그렇게 해 주지 못하였다. 그 아이는 선천성 소두증(小頭症)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미 엄마 자궁 속에서 있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그 아이의 병을 낫게 해 주었는가?
물론 그렇게 해 주지 못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텐자이예는 우리에게 더 이상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가 봉사대원간호사가 몸을 씻기고 있는 아들의 얼굴에서 그 기적적인 웃음을 확인한 순간 그는 자신이 우리에게 했던 그 질문조차 잊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아이를 치료해 주었는가?
물론 치료해 주지 못했다.
텐자이예는 아이에게는 목욕이 필요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육아법조차 모르는, 지능이 모자란 사람이었으나 내 평생에 그러한 부성애(父性愛)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도 텐자이예가 몸소 보여주었던 바로 그러한 부성애를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텐자이예는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그 섭섭한 마음,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그 부성애 결핍감은 그 실체가 없는 것임을 증명해 주었다. 단지 우리가 미쳐 아버지의 그 과묵한 사랑을 부성애 없음으로 오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텐자이예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그 모든 의구심을 깨끗하게 치료해 주었다.
이 시간 고백할 말이 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이러한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상엽 11-11-15 08:37
 
매년 바쁘신 일정 가운데서도 의료 봉사를 떠나시는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가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통하여 본 후진국의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열악한 의료시설로 인해 주

민들이 가벼운 질환도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큰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힘든 삶과 병으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그분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하고, 대한민국의 문화와 수준

높은 의술을 전하시는 교수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P.S :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저도 의료봉사에 꼭 한번 참석해보고 싶습니다.
金德圭 11-11-17 06:48
 
그 동안 해외 의료봉사를 했던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기억을 더듬어 당시를 회상하고 있습니다.
당시는 거창한 뜻을 품고 갔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인가 봅니다.
조그마한 호의와 마음을 다한 봉사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훈훈한 사랑으로 느끼게 하는 가 봅니다.
꼭 참석해보고 싶다는 한상엽님의 마음, 감사합니다.
다음 봉사때 지원자 리스트에 제일 먼저 올려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아침소리).
황만기 11-11-19 21:04
 
비천한 소자에게 행한 것이 곧 주님에게 행한 것입니다.
귀한 섬김 천국에서 해같이 빛날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이 그 곳에 가득하였군요.
     
金德圭 11-11-20 06:47
 
자주 문자로 격려와 필요한 메시지를 보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에 많은 열매를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또 오늘 이렇게 귀한 댓글 남겨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더욱 열심히 섬기라는 채찍으로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아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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