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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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24 20:41
여섯 번째 해외 의료봉사(2006년 9월) 후기(I): 카자흐스탄 이식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601
대한의사협회의 창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의사협회와 국제의료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는 획기적인 의료봉사활동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실크로드를 따라 의료봉사를 하자는 것으로 이를 실크로드 의료대장정(醫療大長征)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를 위해 5개의 의료봉사단을 구성하였다. 제1진은 중국 상하이에서, 제2진은 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제3진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키르기스스탄에서 진료를 하기로 하였다. 나머지 2개의 의료봉사단은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에서 진료를 이어 받아 하기로 하였다.
글쓴이는 그린닥터스의 본부와 동아대학교 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제3진 의료봉사단의 단장으로 봉사를 하게 되었다.
평소에 해 왔던 종교단체 의료봉사와는 달리 민간사회단체에 소속되어 봉사에 임하게 되었는데 이는 또 다른 경험이 되었다. 언제가 중앙아시아에 한 번 가보리라 생각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의료봉사단은 김해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카자흐스탄 알마티(Almaty)에 도착하였다. 알마티는 우루무치에서 시작된 실크로드가 천산산맥 북쪽으로 경로를 잡아서 가는 소위 천산북로(天山北路)의 중간기착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산북로로 봉사여정을 잡은 셈이었다. 도착하니 알마티에서 오래 전부터 목회를 하고 계신 목사님이 직접 공항에 나와 우리 봉사단을 영접 해 주셨다. 우리 일행과 의료기구, 약품을 실은 차는 공항을 빠져 나와 목적지인 알마티의 인접 도시인 이식(Issyk)을 향해 밤을 뚫고 달렸다.
긴장은 되었지만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승용차 안에서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도시는 매우 조용하였으며 간간히 비가 내려 찾아온 봉사단을 맞아 주었다. 방을 배정하고 내일 계획을 잠시 의논한 다음 다시 잠속으로 이번에는 깊이 빠졌다.
사전에 협조가 잘 된 탓에 우리들은 이식지역 일차 치료소의 진료실에서 진료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차 치료소라는 이름이 걸려 있지만 작은 규모의 공립 병원으로 생각되어 졌다.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벌써 병원의 로비가 초만원을 이루었다. 사람들이 앞 줄에 서서 먼저 진료를 받으려고 서로 다투었기에 매우 소란스러웠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흰 가운을 입은 병원 직원들이 먼저 진료를 받으려고 줄 앞에 서 있는 것 이었다. 통역하는 교민에게 왜 저들이 저렇게 다투고 있는가 하고 물어 보니 과거 공산주의 시절에 배급품이 충분치 않아 뒷줄에 서 있으면 배급품을 못 타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경험이 지금도 남아 있기에 앞줄에 서려고 저렇게 서로 싸우다 시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글쓴이는 곧 그 들 앞에 서서 통역을 통하여 여기에 오신 모든 분들은 전부 다 진료를 해드릴 테니 제발 질서를 지켜달라고 호소를 하였다. 병원 로비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정리가 되는 듯하였는데 조금지나니 다시 원래대로 서로 다투고 야단이었다.
나에게 배당된 진료실의 2층에 있었다. 전면에 창문이 있어 진료실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창틀은 오래되었지만 페인트 칠을 해서 비교적 깨끗하게 보였고 비교적 밝은 색깔의 커튼도 있었다.
아무튼 글쓴이는 훌륭한 진찰실에서 진료를 하게 되어 기뻤다. 대게 의료봉사를 가면 학교 교실이나 예배당을 빌려 임시 진료실로 사용하게된다. 그럴경우 한 공간에서 여러 진료팀이 함께 진료를 하게 되어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호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은 번듯한 진료실 하나를 단독으로 차지하고 있기에 정말 훌륭한 진찰실을 가진것이다.
또한 통역을 맡으신 분이 매우 통역을 잘 해 주어서 진료 봉사에는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환자분들은 대부분 카작인들이었는데 간혹 고려인들이 섞여 있었다. 이들 고려인들은 북간도나 만주에서 이주해온 이른바 1세대라고 불리는 강제 이주자들의 후손들이었다, 이 곳에 정착한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하였다. 이 곳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 중에는 현지인들 보다 교육을 많이 받아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스탈린의 이주 정책에 따라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자식들의 교육에 남다른 정성을 쏟아 이렇게 훌륭한 인재로 키웠다는 사실이 같은 뿌리를 가진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
카자흐사람들은 일견해서 보면 영락없이 코케시안(Caucasian)의 생김새를 가졌다. 이들은 몸집은 크고 흰 피부에 이목구비가 우리들과 달리 뚜렷한 사람들인데 그 들이 체구도 작고 노란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동양인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있는 이 실제의 상황을 사람들이 목격한다면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미 확인된 한 가지 사실, 아무리 조상들이 잘 살았고 강대국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이 지도자를 잘못 만나거나 공산주의를 택하면 결국 실패한 나라, 가난한 나라의 백성이 된다는 것이다.
오후 진료를 마치고 평소 교민사회에 많은 헌신을 하고 있는 고려인의 집에 왕진을 갔다. 그 집 주인인 할아버지가 몸이 많이 편찮아서 진료받으로 올 수 없다고 해서 우리들이 방문했던 것이다. 환자는 기력이 많이 약하였으나 자신이 불편한 것을 잘 이야기 하였다. 우리들은 필요한 조치를 하고 나왔다. 마당에는 빨래 줄에 빨래가 널려 있었고 우리들은 그 것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동포애를 나누었다. 환자의 딸과 다른 가족들이 대문까지 나와 우리들을 배웅하며 우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인사하였다.
우리가 드린 약이 얼마나 그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겠는가? 결국 우리들이 방문한 그 자체, 환자의 말을 경청해 준 것, 손을 잡아주고, 청진기로 진찰하고 하는 그 모든 행위들이 결국 따스함으로 그 환자에게 다가가서 환자에게 편안함과 치료받았다는 안도감을 주었으리라.
결국 진료의 핵심은 사람이었다. 아픈 사람을 향한 발걸음과 따뜻한 마음씨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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