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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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03 04:39
요한의 시(詩)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600
글쓴이가 요한계시록을 공부하면서 참고했던 도서 중에서 특히 영향을 받은 것 중에 하나가 있는데 그 것은 유진 피터슨 목사가 지은 ‘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이다. 그 책 23쪽에 보면 ‘시인 요한’이란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2).
<사도 요한이 이룬 신학적 과업의 성과는 결국 한 편의 시인데, 그것은 ‘초대교회 시대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용)이다. 요한계시록을 시로 읽지 않으면 도무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해석은 대부분 요한을 시인으로 보는 능력이 없기(또는 그렇게 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인용한 글 중에 언급된 ‘초대교회 시대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는 계시록 1장 7절 말씀을 지칭한다. 시적 느낌이 확실히 드러나기 위하여 글쓴이는 이 구절을 NIV 영어 성경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번역해 보았다.
보라,
주께서 구름을 타고 오고 계시는 도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목도할 것이요
주를 창으로 찌른 자들도 볼 것이로다.
땅에 있는 모든 민족들이
주 때문에 애곡할 것이리니
정녕 그렇게 될 것이라!
아멘.
우리말 성경에는 “주께서 오시리라”고 마치 미래형처럼 서술되어 있지만 NIV 영어 성경에는 이 부분이 "he is coming" 으로 현재 진행형으로 되어 있다. 글쓴이는 이 부분을 현재진행형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순전히 자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에 ‘오고 계시는 도다’로 번역해 보았다.
현재 진행형을 택한 이유는 주께서 지금 오고 계시기에 얼마 있지 않으면 문 밖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사도 요한의 기대에 부푼, 보고 싶은 주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녹아져 있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도 요한의 기대는 어느새 현실이 되어 실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사도 요한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주님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되는 상황 말이다. 이러한 주님의 재림이라는 실제 상황에서 제일 곤란을 당할 사람은 주님을 큰 못으로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 그리고 주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사람일 것이다.
사도 요한이 예수님을 못 박은 사람보다도 창을 찌른 사람을 언급한 것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왜 못 박은 사람이 아니라 창으로 찌른 사람들일까?
아마도 사도 요한은 창을 찌른 사람이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에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십자가형을 집행한 여러 명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악독하게 굴은 사람이 창을 찌른 사람이었을까.
글쓴이는 사도 요한이 “그를 찌른 자들” 이라고 복수로 표현한 부분에 주목하였다. 예수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창으로 찌른 사람은 분명히 한 군인이라고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에 기록하였다(요19:34). 자신이 한 군인이라고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왜 복수로 표현하였을까?
이 복수형의 서술이 이 구절을 이해하는데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그를 찌른 자들”이란 복수형은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모든 사람들을 다 포함하고자 하는 시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감람원에서 예수님을 붙잡은 사람들, 대제사장 집으로 예수님을 끌고 간 사람들, 공회에서 예수님을 고소한 사람들, 거짓 증인들, 가시면류관을 만들어 씌운 사람들, 채찍질한 사람들,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 창으로 찌른 사람 등, 주님의 고난과 죽음에 이런 저런 모양으로 관여한 그 모든 사람을 통칭한 것이 아닌 가 생각되어진다.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모든 사람들이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결코 그 들에게 적의나 복수의 감정을 드러내 놓고 있지 않다. 사도 요한의 신앙은 이미 그러한 수준을 한참 넘어서 있었던 것이리라.
예수님에게 해고치 한 사람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땅에 있는 모든 민족들이 애곡하게 될 것이다. 왜 모든 민족들이 애곡을 할 것 인가. 사실 유대민족 외의 다른 민족들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동조한 죄에 대해서는 한 발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민족과 마찬가지로 애곡을 하게 되는 것일까.
자신들에게 임할 심판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모든 민족들은 구름을 타고 오시는 주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재림하시는 그 주님은 사랑의 주님, 구원의 주님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주님으로 이 땅에 다시 오시는 것이다. 자신의 지은 죄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하나님의 아들로 믿지 않은 죄, 그리고 자신들이 지은 죄에 대한 심판과 그 형벌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 후회와 탄식, 그 모든 것이 애곡 속에 녹아 있는 것이리라.
주께서 오실 때 더 이상의 자비는 기대될 수 없다는 것을 그 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미칠 심판과 자신들이 당할 멸망으로 인하여 애곡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사도 요한의 이 짧은 시에는 이와 같이 상당히 많은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구세주로서의 주님과 대비되는 심판주로서의 주님이 가장 핵심적인 시의 주제일 것이다. 또한 주님을 믿지 않은 자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포함되어 있다. 그 경고는 애곡하는 무리들 속에 우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속에 우리의 부모와 친척과 친구들이 없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실 사도 요한의 이 짧은 시는 글쓴이가 처음 접했을 때 이해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 이유는 이 시를 보는 시점(時點)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구절을 사도 요한이 살아 있을 당시, 즉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창으로 찌른 사람이 살아있을 당시의 시점으로 이 구절을 읽으면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구절을 지금 우리의 시점(時點)에서 읽으면 “그를 찌른 자들도 볼 것이요”라고 표현한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주님은 아직 재림하지 않으셨는데 ‘주님을 찌른 자들’은 이미 다 죽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 구절을 사도 요한 생전에는 하루라도 빨리, 주님의 재림을 갈구하는 그의 염원이 녹아있는 예언시(豫言詩)로, 그 당시에 응답받지 못했던 기도시(祈禱詩)라고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글을 끝내려다 한 마디 첨언하고 싶다. 이 시의‘ 구름을 타고’에 시점(視點)이 머무르면 틀림없이 묵시의 늪으로 빠지고 만다. 시인 요한의 시점은 구름이 아니라 ‘지금 오고 계시’는 주님인 것이다. 한 번 구름이 무엇인지 해석하고자 달려들기 시작하면 이내 ‘지금 오고 계시는 주님’은 안중에도 관심에도 없게 된다. 어쩌면 이런 것이 묵시문학적 기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장치일 것이다. 늪에 빠진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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