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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23 20:08
2014년 8월 23일 국민일보 <바이블생명학>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는 약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911  
누르굴(Nurgul)은 키르기스스탄 사람이다. 그녀의 나이는 예순하나이나 건조한 기후에다 뜨거운 햇살을 오랫동안 받은 탓인지 실제 나이보다 더욱 나이 들어 보였다. 그녀는 이슬람 의상을 입고 우리 의료봉사단이 임시로 개설한 무료진료실을 찾아 왔다. 그녀의 주소(主訴)는 뜻밖에도 마음의 고통을 누그러뜨리는 약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말을 아주 잘 구사하는 키르기스스탄인 통역자가 연신 통역해 주고 있는 그녀의 현병력(現病歷)을 의무기록지에 기록하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노인네의 그것이었지만 크고 둥근 눈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한눈에 젊었을 때는 정말 미인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고통이 생겼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내 그녀의 그 큰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코와 뺨 사이를 타고 흐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진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휴지 통에서 물휴지를 한 장 빼내어 건네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통역자가 전해준 그녀의 눈물어린 이야기는 자신을 버린 남편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버려두고 어느 젊은 여자한테 가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들 사이에 아들도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 남편 때문에, 아니 버림받은 자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그 괴로움, 설움과 한탄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주저함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기품 있고 아름다운 부인을 버려두고 다른 여자 품으로 달려간 남편은 바보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남편을 사랑하는데 그 마음도 모르고 딴살림을 차린 그 사람의 마음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의 말을 통역자가 어떻게 번역하였는지 모르겠으나 그녀는 다소 진정하는 듯하였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다소 주춤해졌기에 그렇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나의 말은 계속되었다.

“내가 믿는 신(神)에게 당신의 남편이 당신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겠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며칠 있으면 우리들은 의료봉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터인데 당신의 남편이 당신에게 돌아왔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해 주지 않으면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기도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정말 맨 나중에 한 말은 너무 과하게 앞서 나간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 말은 이미 뱉어진 말인데. 아무튼 이러한 말들로 인하여 그녀는 상당히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물은 멈춰졌고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금어졌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배신당한 쓰라린 사연을 들어줄 사람을 찾았고 자신이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을 들은 듯하였다. 그녀가 더 이상 약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약도 요청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녀에게 약을 처방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처럼 정답게 작별인사를 하였고 그녀는 진찰실 밖으로 나갔다.

세상에 마음의 아픔을 다스리는 약이 있을까?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를 주었으면 그 약들이 그녀의 병에 효과가 있었을까? 나처럼 말을 잘하지 못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그녀에게 그런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여성을 위로하기 위하여 4416㎞나 떨어진 이곳에 나를 보내신 위로의 하나님!

내가 믿고 섬기는 하나님은 그러한 분이기에 오늘도 그 부름에 순응하여 기도의 제단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이름처럼 그녀에게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그날을 하루속히 주소서 하면서.

◇누르굴(Nurgul)은 햇빛의 nur와 꽃의 gul이 조합된 이름이다.

<동아대 의대 교수>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768729&code=23111413&sid1=mco&sid2=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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