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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15 07:45
2014년 11월 15일 국민일보 , 환자, 의사 깨우치다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424  
칠순 정도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외래 진찰실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절 받으세요” 하며 진찰실 바닥에 앉아 필자에게 큰절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양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 필자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마주보고 앉아 황급히 맞절을 하였다. 35년간 의사 생활에서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담당하는 환자 김순남(가명·75)씨로, 그날 두 번째로 내분비내과 외래를 방문하였던 것이다. 그분에게는 참으로 죄송한 말이지만 병원 복도에서 마주치더라도 필자가 담당하는 환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는 그런 낯이 친숙하지 않은 환자였다. 그런 분이 내게 다짜고짜 큰절을 올렸으니 우선 황망하고 송구스럽고 또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을 하고 나서 진찰의자에 앉은 그녀는 필자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런데 그녀가 감사한 사연은 사실 사연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이어서 필자를 더욱 당혹하게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지병인 당뇨병을 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는데 최근 신장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그녀를 돌봤던 의사는 그녀가 당뇨병 환자였기에 먼저 내분비내과를 방문해 혈당도 조절하고 신장 종양에 대한 조치도 함께 받기를 권유하였다. 그래서 김순남 할머니는 필자가 소속된 병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필자는 신장 종양을 진단하기 위한 기본적인 검사를 시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였고 신장 종양을 잘 다룰 비뇨기과 교수를 소개했다. 환자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해 수술을 받았다. 퇴원 후 첫 병원 내원 시 이렇게 필자를 일부러 찾아와 “좋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어 신장암 수술을 잘 받고 낫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한 것이다.

필자가 한 일이라고는 의사라면 누구나 다하고 또 해야 되는 그런 일을 한 것밖에 없었다. 사실 큰절은 내가 받을 게 아니라 집도의가 받아야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순남 할머니는 자신보다 한 참 나이 적은 필자에게 선생님이라고 깍듯하게 부르면서 큰절을 한 것이었다.

오전 외래 진찰실에서 겪은 그 충격적 사건(?)이 만든 여파는 오후 내내 가슴속에서 지속되었다. 그것은 감사에 대해 깊은 생각을 유도하였다. 결국 감사란 어떤 일에 대하여 그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감사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 마음은 숨겨질 수는 없고 어떻게든지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고마움을 표현한 김순남 할머니의 그 순전한 마음이 내 가슴에 지금까지 잔잔한 공명을 일으킨 원인이었던 것이다. 아, 진정한 감사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갑자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것은 내가 과연 하나님께 이런 진정어린 감사를 진솔하게 표현한 적이 있었는가에 대한 반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받은 신장암 수술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큰 생명이식 수술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그 영원한 생명을, 그것도 순전히 값없이 오직 은혜로 받았는데, 나는 과연 그녀가 했던 것처럼 자신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감사를 하나님께 올려 드렸는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지체 없이 의자에서 내려와 연구실 바닥에 엎드렸다.

“하나님, 정말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이 절 받으십시오. 제게 영원한 생명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김덕규<동아대 의대 교수>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846326&code=23111413&sid1=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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