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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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4-22 12:07
남한의 지성인들은 왜 북한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적을까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900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소설가가 국내에서 '반디' 라는 필명으로 단편소설집 <고발>을 발간하였다. <고발>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일곱 편 모두 현 북한체제의 惡魔性(악마성)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문학 작품으로서도 빼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에서 체제를 반대하는 글을 쓰고 소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명을 거는 것인데 그 글을 남한에서 출간하였다니 얼마나 엄청난 일을 반디가 한 것인가. 그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그의 가족 목숨까지도 내 놓고 그가 피를 토하듯이 외치는 말은 무엇인가. 생명을 경시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 권력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를 한국 사회와 세계에 고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절박하고도 육중한 외침이 왜 우리 사회에서는 공감되지 못하고 公憤(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못할까. 필자에게 지성인이란 적어도 자신 외에 타인의 삶에 관심이 있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이해가 있다. 다른 사람을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지성인들은 반응을 보이는 것에 소극적일까
우리가 만일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북한의 실정이 하나 있다. 그것은 1990년대 중반에 무수한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주장에 의하면 餓死者(아사자)가 적게는 백만 명, 많게는 삼백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소수이기는 하지만 북한 주민 중에는 6.25전쟁 시기에 월남한 분들의 가족이거나 친척들도 있다. 우리의 이웃이었으나 전후 어수선한 시기에 강제적으로 납북되어 끝내 송환되지 못하여 그 곳에서 살고 있는 분들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북한 주민도 당연히 우리 국민이다. 이를 주장하면 정치적, 외교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우리 국민으로 대우하여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도 없기에 이런 주장을 드러내어서 하지 않지만 그들은 엄연히 불법 정권에 의하여 강탈된 지역에 살고 있는 대한국민이다.
같은 민족이요, 헌법상 우리 국민이 삼백만 명이나 굶어 죽었는데 이 사실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다면 도대체 그들에게 지성인으로 자처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겠다. 그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필자의 나이는 40세 전후였고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북한에 대하여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설혹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마 지금과 같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에 어떤 계기로 인하여 이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을 때 필자는 지난 날 무지하면서 살았던 삶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필자는 무릎을 꿇고 북한 주민들에게 개인적으로 사죄했다(*).
이러한 필자의 행동에 대하여 너무 과잉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처럼 6.25를 경험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북한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어떤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지성인들은 북한 주민의 아픔이 눈에, 귀에, 그리고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까?
사실 이 의문은 합당한 의문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지성인들은 그 아픔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지성인들은 왜 북한 주민의 아픔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사는 것일까?
필자는 이런 현상을 초래한 심리적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째는 문제아를 가진 식구들의 심리상태와 같은 것이다.
우선 잘나가는 집안에 문제아 아들이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그 부모가 이 아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서라도 고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아들이 상습적으로 여러 번 사고를 치고 나면 나중에는 부모가 지쳐서 더 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 문제아를 방치하다시피 할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가난한 친척을 이웃에 둔 부자의 심리상태와 같다는 것이다.
부잣집 주위에 가난한 친척이 있으면 귀찮다. 멀리 떨어져 살아서 눈에 안보이면 좋겠는데 근처에 살고 있으니 신경이 자꾸 쓰인다. 처음에는 여러 차례 도와주었으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도와주는 것이 깨진 독에 물붓기라고 생각하여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갖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설명은 얼토당토아니한 것처럼 보인다. 필자도 이런 분석이 틀린 것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내심과는 달리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만약 이 분석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기피현상은 사실 성숙한 사람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이 심리적 퇴행을 극복해 낼 수는 없을까.
우선 북한을 보는 시력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권력자와 일반 주민들로 분리하여 구분하여 보는 것이다. 북한 권력자가 만들어 낸 문제는 그 동안 우리가 고민해 온 북핵 문제를 포함한 바로 그 문제들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문제는 굶주림, 질병, 버려진 아이들, 그 외 수많은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지 결코 골치 거리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가슴 아픈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훗날 통일이 되면 몰라도 지금 당장 이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일을 꿈꾸고 노래하고 논쟁만 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중 누군가는 북한 주민들을 우리나라에 데려왔다. 지금은 그 수가 무려 이만팔천명이나 된다. 그 누군가가 이들의 아픔을 품어 준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현재적 통일을 선물한 것이다.
이 탈북국민들(**)이 국내에서 정착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는 일이 있다. 자신들의 넉넉하지 않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돈을 떼 내어 매달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보낸 돈은 북한 가족들의 생계유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 돈으로 산 식량은 마을 주민들에게도 나누어진다. 탈북국민이 북한으로 보낸 돈이 북한의 가족과 그 이웃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탈북국민이 지금은 삼만 명도 안 되지만 이들이 삼십만 명이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천오백만 북한 주민들 중의 상당수가 탈북국민이 보낸 돈으로 먹고 살게 되지 않을까.
우리 가진 것 중에서 조금씩 떼 내어 모으면 남의 나라에서 숨죽이고 살고 있는 탈북민 한 사람을 대한민국에 데려 올 수 있다. 탈북민을 구출 하는 일은 그 동안 몰라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못한 일이지 결코 돈이 없어서 못한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남한 지성인들이 탈북민 구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탈북민들이 타국에서 당하고 있는 심각한 인권 유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 주민이 탈북 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에서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생계를 위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는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 탈북 여성들이 인신 매매 단에게 붙잡히게 되면 또 다른 기구한 삶을 살게 된다.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었는데 목숨은 연명되었으나 또 다른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문제는 우리 국민의 문제요 내 가족의 문제이기에 이를 언급하고 다루는 것이 더 이상 터부시 되거나 금기시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관심을 갖고 비록 작은 도움이지만 이를 준다면 그 도움은 북한 주민의 생명을 구하는 큰 도움이 된다. 성경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한 것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탈북민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천하를 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일은 누구보다도 이타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지성인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 기독교보, 2014년 6월 21일, 6.25기념 초청시 <용서를 구합니다>
** 필자는 북한을 탈출한 북한주민을 탈북민으로, 그 탈북민중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사람들을 탈북국민으로 부르기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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