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글 주시다
金德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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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2010년 3월 26일 이었다.
그 날을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퇴근하여 집에 오니 막내딸이 마치 남의 나라 일 인양 말한다.
“아빠 전쟁 났데요.”
“아니 무슨 말이냐, 도대체 어느 나라에 전쟁이 났단 말이냐?”
나는 아이에게 말은 되묻고 있었지만 떨리는 손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긴급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뉴스의 내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그 내용은 대한민국 초계함 천안함이 임무 수행 중 서해 영해에서 침몰했다는 것이고 원인은 파공(破空)으로 추정되며 북한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전쟁상태가 아니었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 입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뱉어진 말을 속으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전쟁이라…….”
긴급 뉴스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고 서해는 수심이 남해나 동해에 비하여 낮았기에 좌초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었다.
군함이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좌초(坐礁)하다니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설이었지만 군함 침몰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이 어떻게 다른 경로를 통하여 얻을 수 있겠는가?
그 이후 쏟아져 나온 뉴스와 해설, 추측, 비난 등 그 모든 것을 여기에 다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상당수의 승조원은 구조되었으나 배는 두 동강나 침몰되었다. 선수에 있던 대부분의 승조원은 구조되었으나 배의 중간 이하 선미에서 작전 중인 승조원은 배와 함께 침몰되었다.
침몰의 원인규명과 침몰된 선체를 빨리 찾아 선실에 갇혀 있을 승조원을 구원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마침내 선미가 가라앉은 위치가 확인되었고 인명구난 작전이 전개 되었다.
선실은 침수를 막도록 설계되어 있고 산소만 여유가 있다면 격실에 있는 생존한 승조원들은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모처럼 희망적인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산소가 다 소진되기 전에 우리의 용사들을 차가운 바다 밑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다.
해난구조팀과 UDT가 구난에 나섰으나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서해 침몰지역은 과거부터 유속이 빨라 잠수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시야가 흐려 한 치의 앞을 구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도우러 온 미국 해난구조팀도 입수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작전 환경이 나빴다. 무리하게 작전을 감행할 경우 구난팀의 생명조차도 위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전개 된 것이다.
미국 해난구조팀이 들어가지 못한다하더라도 우리 해군 구조팀마저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전우들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입수하는 부하 장병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팀장이 어찌 명령으로 중단시킬 수 있으랴.
위험천만한 작전은 정말로 위태위태하게 진전은 있었으나 무리한 입수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구조대원 한 사람을 잃고 말았다.
더 이상 구조작업은 진행되기가 쉽지 않았다.
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신문을 찾아 읽었다. 중앙일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의 수병들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는 기사(記事)의 제목과 함께 침몰된 함미의 각 함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조원들의 이름과 계급이 그래픽기사로 나와 있었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내 마음은 그 무엇인가를 글로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이 쏟아 내고 있는 글을 받아 적기에도 급급하였던 것이다.
“772함(艦) 나와라”
그 마음이 토하면서 읊어 낸 글은 이렇게 시작하였다. 첫 글자를 쳐내려갈 때 벌써 울먹거려지더니 몇 자 쓰지 않아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승조원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써 내려 갈 즈음에 나는 통곡하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면서 자판을 두들기며 내려갔다.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 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 UDT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 임무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디찬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 시의 원문을 해군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음(2010. 3. 29).
* ‘온 힘을 다하며’를 ‘온 힘을 다하여’로 고침
내 평생 그렇게 많이 울면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글쓴이는 이 글이 글쓴이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쓴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글을 받아 적었을 뿐이었다. 받아 적었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받아 적었다는 뜻이 아니다. 이 글이 이러한 모양으로 갖추어 진 것이 전적으로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어떤 마음과 단어와 감각과 감성이 내 속에서 총체적으로 작용하여 된 것이라는 뜻이다. 글쓴이는 단지 그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였을 따름이라고 감히 고백한다.
이러한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 이후에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정말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들을 읽어 보아도 이 글만큼 나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 날을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퇴근하여 집에 오니 막내딸이 마치 남의 나라 일 인양 말한다.
“아빠 전쟁 났데요.”
“아니 무슨 말이냐, 도대체 어느 나라에 전쟁이 났단 말이냐?”
나는 아이에게 말은 되묻고 있었지만 떨리는 손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긴급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시 뉴스의 내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그 내용은 대한민국 초계함 천안함이 임무 수행 중 서해 영해에서 침몰했다는 것이고 원인은 파공(破空)으로 추정되며 북한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전쟁상태가 아니었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 입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뱉어진 말을 속으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전쟁이라…….”
긴급 뉴스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고 서해는 수심이 남해나 동해에 비하여 낮았기에 좌초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었다.
군함이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좌초(坐礁)하다니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설이었지만 군함 침몰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이 어떻게 다른 경로를 통하여 얻을 수 있겠는가?
그 이후 쏟아져 나온 뉴스와 해설, 추측, 비난 등 그 모든 것을 여기에 다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상당수의 승조원은 구조되었으나 배는 두 동강나 침몰되었다. 선수에 있던 대부분의 승조원은 구조되었으나 배의 중간 이하 선미에서 작전 중인 승조원은 배와 함께 침몰되었다.
침몰의 원인규명과 침몰된 선체를 빨리 찾아 선실에 갇혀 있을 승조원을 구원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마침내 선미가 가라앉은 위치가 확인되었고 인명구난 작전이 전개 되었다.
선실은 침수를 막도록 설계되어 있고 산소만 여유가 있다면 격실에 있는 생존한 승조원들은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모처럼 희망적인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산소가 다 소진되기 전에 우리의 용사들을 차가운 바다 밑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다.
해난구조팀과 UDT가 구난에 나섰으나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서해 침몰지역은 과거부터 유속이 빨라 잠수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시야가 흐려 한 치의 앞을 구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도우러 온 미국 해난구조팀도 입수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작전 환경이 나빴다. 무리하게 작전을 감행할 경우 구난팀의 생명조차도 위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전개 된 것이다.
미국 해난구조팀이 들어가지 못한다하더라도 우리 해군 구조팀마저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전우들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입수하는 부하 장병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팀장이 어찌 명령으로 중단시킬 수 있으랴.
위험천만한 작전은 정말로 위태위태하게 진전은 있었으나 무리한 입수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구조대원 한 사람을 잃고 말았다.
더 이상 구조작업은 진행되기가 쉽지 않았다.
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신문을 찾아 읽었다. 중앙일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의 수병들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는 기사(記事)의 제목과 함께 침몰된 함미의 각 함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조원들의 이름과 계급이 그래픽기사로 나와 있었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내 마음은 그 무엇인가를 글로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이 쏟아 내고 있는 글을 받아 적기에도 급급하였던 것이다.
“772함(艦) 나와라”
그 마음이 토하면서 읊어 낸 글은 이렇게 시작하였다. 첫 글자를 쳐내려갈 때 벌써 울먹거려지더니 몇 자 쓰지 않아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승조원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써 내려 갈 즈음에 나는 통곡하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면서 자판을 두들기며 내려갔다.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 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 UDT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 임무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디찬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 시의 원문을 해군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음(2010. 3. 29).
* ‘온 힘을 다하며’를 ‘온 힘을 다하여’로 고침
내 평생 그렇게 많이 울면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글쓴이는 이 글이 글쓴이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쓴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글을 받아 적었을 뿐이었다. 받아 적었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받아 적었다는 뜻이 아니다. 이 글이 이러한 모양으로 갖추어 진 것이 전적으로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어떤 마음과 단어와 감각과 감성이 내 속에서 총체적으로 작용하여 된 것이라는 뜻이다. 글쓴이는 단지 그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였을 따름이라고 감히 고백한다.
이러한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 이후에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정말 내가 심혈을 기울여 쓴 글들을 읽어 보아도 이 글만큼 나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