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늦게 보내는 편지
金德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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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용천 어린이들에게,
단동에서 배를 타고 압록강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가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신의주가 있더구나.
너희들이 청천하늘에 벼락 맞듯이 불시에 폭발사고로 다친 바로 그 다음날, 나는 신의주의 북 쪽 끝 압록강이 넘실거리는 강변이 빤히 보이는 지점까지 다가 갈 수 있었다. 배위에서 본 그 곳 주민들은 너희들이 당한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듯 멍하니 우리들을 처다 보고 있었다. 배 위에 있던 군인 세 사람만이 우리들이 열렬히 흔드는 손에 화답하여 손을 흔들어 준 것이 내가 본 전부였다.
용천은 신의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얼굴과 전신에 화상을 입고 기도손상으로 인하여 거친 숨을 겨우 쉬고 있는 너희들.
폭음으로 교실의 유리창이 깨어지면서 너희들이 미쳐 피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은 유리파편이 너희들 눈에 극심한 고통을 남겼지만 그 보다도 빛이 한줌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에서 벗어나려고 절규하는 너희들.
바로 그 때, 안락한 남쪽에서 태어나서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면서 국립의대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술을 배운 나는 너희들이 암흑과 고통 속에서 죽음과 싸우면서 어서 와서 도와달라는 절규를 지척에서 듣고서도 달려갈 수가 없었단다.
우리 부모님은 비록 어렵게 살면서도 나를 좋은 학교에 보내어 준 것도, 국가의 도움으로 그 비싼 의과대학 공부를 비교적 등록금에 대한 걱정 없이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도, 후일에 우리 주위에 어려운 처치에 있는 사람을 도우라고, 생명의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도와주라는 뜻이 있었을 진데, 그 고귀한 뜻을 알면서도 실천에 옳길 수 없었던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화상 환자든, 창상 환자든 재해로 인한 중증환자에게는 집중치료가 얼마나 빨리 개시되느냐에 따라 생명과 사망이 결정될 수 있으며 또한 극심한 후유증 여부도 판가름 난단다. 살아있는 너희들이 후에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들이 이 소식을 알게 된 즉시 너희들을 도우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이 의료진과 약품을 보내려고 하였으나 북한의 책임자들이 우리들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란다.
자기 백성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며 설혹 그러한 일이 발생하였다면 자기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긴요하고 중요한 일이 없을 터인데 그 절박한 순간에도 북한의 정치 책임자는 너희들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지 아니했었단다. 물론 이러한 나의 주장이 과연 얼마나 지금의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겠느냐 만은 그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감정이 격해져 있단다.
용천 어린이들아,
몸은 비록 갈 수 없으나 나의 마음은 어느새 용천으로 날아가 다친 너희들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하루 속히 완쾌되기를.
그리고 너희들도 남한의 어린이들처럼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2004년 4월 28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의사(醫師) 김덕규 보냄
추신, 너무나 늦게 보낸 편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
(2011. 5. 5)
* 폭발사고는 2004년 4월 22일 북한 용천 역에서 질소암모늄을 적재한 화물차량과 유조차량을 궤도 교체하던 중 전기선에 접촉하여 발생한 사고로 15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부상당했다.
<구국기도(救國祈禱), 3 >
북녘 땅에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은
내
형제
자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내 혈육,
살려 주소서.
구원하여주소서.
생명을 지켜주소서.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2011. 2. 4)
단동에서 배를 타고 압록강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가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신의주가 있더구나.
너희들이 청천하늘에 벼락 맞듯이 불시에 폭발사고로 다친 바로 그 다음날, 나는 신의주의 북 쪽 끝 압록강이 넘실거리는 강변이 빤히 보이는 지점까지 다가 갈 수 있었다. 배위에서 본 그 곳 주민들은 너희들이 당한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듯 멍하니 우리들을 처다 보고 있었다. 배 위에 있던 군인 세 사람만이 우리들이 열렬히 흔드는 손에 화답하여 손을 흔들어 준 것이 내가 본 전부였다.
용천은 신의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얼굴과 전신에 화상을 입고 기도손상으로 인하여 거친 숨을 겨우 쉬고 있는 너희들.
폭음으로 교실의 유리창이 깨어지면서 너희들이 미쳐 피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은 유리파편이 너희들 눈에 극심한 고통을 남겼지만 그 보다도 빛이 한줌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에서 벗어나려고 절규하는 너희들.
바로 그 때, 안락한 남쪽에서 태어나서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면서 국립의대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술을 배운 나는 너희들이 암흑과 고통 속에서 죽음과 싸우면서 어서 와서 도와달라는 절규를 지척에서 듣고서도 달려갈 수가 없었단다.
우리 부모님은 비록 어렵게 살면서도 나를 좋은 학교에 보내어 준 것도, 국가의 도움으로 그 비싼 의과대학 공부를 비교적 등록금에 대한 걱정 없이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도, 후일에 우리 주위에 어려운 처치에 있는 사람을 도우라고, 생명의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도와주라는 뜻이 있었을 진데, 그 고귀한 뜻을 알면서도 실천에 옳길 수 없었던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화상 환자든, 창상 환자든 재해로 인한 중증환자에게는 집중치료가 얼마나 빨리 개시되느냐에 따라 생명과 사망이 결정될 수 있으며 또한 극심한 후유증 여부도 판가름 난단다. 살아있는 너희들이 후에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들이 이 소식을 알게 된 즉시 너희들을 도우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이 의료진과 약품을 보내려고 하였으나 북한의 책임자들이 우리들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란다.
자기 백성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이며 설혹 그러한 일이 발생하였다면 자기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더 긴요하고 중요한 일이 없을 터인데 그 절박한 순간에도 북한의 정치 책임자는 너희들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지 아니했었단다. 물론 이러한 나의 주장이 과연 얼마나 지금의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겠느냐 만은 그래도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감정이 격해져 있단다.
용천 어린이들아,
몸은 비록 갈 수 없으나 나의 마음은 어느새 용천으로 날아가 다친 너희들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하루 속히 완쾌되기를.
그리고 너희들도 남한의 어린이들처럼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2004년 4월 28일
대한민국, 부산에서
의사(醫師) 김덕규 보냄
추신, 너무나 늦게 보낸 편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
(2011. 5. 5)
* 폭발사고는 2004년 4월 22일 북한 용천 역에서 질소암모늄을 적재한 화물차량과 유조차량을 궤도 교체하던 중 전기선에 접촉하여 발생한 사고로 15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이 부상당했다.
<구국기도(救國祈禱), 3 >
북녘 땅에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은
내
형제
자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내 혈육,
살려 주소서.
구원하여주소서.
생명을 지켜주소서.
하나님,
하나님,
하나님.
(2011.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