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국군포로

아버지는
휴전을 불과 며칠 앞둔 날 중공군에 포로가 되었단다

아오지 탄광에서
광부 아닌 노예로 살아가는 중에
어머니를 만나
나를 낳았고

사람들은 나를 노비(奴婢)의 자식으로 취급했지만
아버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단다

아버지는 틈만 나면 고향에 관하여
말하였고 또 말하였기에
금산(錦山)이 곧
내 고향임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그 한 맺힘 때문인가
고향에 가면 사람 대접받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소망 때문이었을까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기고
마침내
내 고향에 왔다

아버지 숨 거두는 날까지도 가고 싶어 했던
그 고향은
날 반갑게
맞아 주었던가?

이복누이의 눈길은 따뜻하지 않았고
금산 고향민의 손길마저 차가왔다

목숨 걸고 두만강을 넘어 왔지만
고향집 뒤뜰에 빽빽하게 서있는 대나무 그 한 대 조차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 주지 않았다

미전향(未轉向) 장기수(長期囚)들은 북한에 와서
영웅칭호 받고 온갖 호사 다하는데

북에 억류되었던 국군 포로의 아들은
여기에서도
모두가 귀찮아하는
탈북자의 한 사람일 뿐이구나!

그래도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 아버지는
625 참전 용사,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그리워 하다가
끝내 송환되지 못한
대한민국 육군 상사 김현수,

사람들은 그 이름을 기억조차 못할지라도
나만은 결코 잊지 못할
자랑스러운
내 아버지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