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영국정원(英國庭園)에서

쏴아,
제법 넓은 수로(水路)가
낙차를 만나 떨어지는 많은 물소리
일찍 잠이 깬 나를 
불러내었다

찰랑찰랑,
둔덕이라고 할 것도 없는 시냇가를
따라 걷노라니
으스름한 숲 속에 이미 들어와 서있다

고목에서
나뭇잎 한 잎,
또 한 잎,
스르르 떨어지나
숲의 두터운 정적만 더욱 드러낼 뿐,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놀란 새 한 마리
푸르륵,
고목 위에서 저만치 날아간다

이 도시 낯선 방문자의 호기심 탓에
영국정원은 평소보다 일찍 잠을 깨기 시작한다

* 영국정원, 독일 뮌헨 도심지에 위치한 정원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