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시: 백원배 시인의 <백령섬에서(1), (2)>

백령섬에서(1)

살아가는 곳과
시계의 분 초침 소리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 곳

조물주는
누구에게나 큰 기쁨을 커다란 고통도
골고루 주셨다

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여유도 주셨다
음모 모략 따위와 거리가 먼 곳

그래서 내가 선택해 살고 있는 섬도 “낙도(落島)” 아닌
”낙도(樂島)“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들의 땅 “오지(奧地)” 아닌
"오지(吾地)“

사랑하는 사람이여
오관(五官)이 아름다운 때
백령도를 찾아라

천연비행장을 아름다운 맨발로 달리렴
백파(白波)와 마주 칠 때 큰 소리로 소원을 말 하거라
맨 나중 백마(白馬)에 탄 미인을 만나면
정중히 인사를 올리거라

거제섬에서 대통령이 나왔지
하위도에서 대통령이 나왔고
백령섬에도 미인(美人)이
백마(白馬)를 타고 “영원한 웃음”을 선물한다고
시인은 예언했다.


백령섬에서(2)

1.
소청섬 대청섬 지나 백령섬
짙푸른 파도 속에 우뚝한 바위 뿌리 내리고
장관의 천연비행장 가슴이 활짝
갈매기 날개 위에 뱃고동 소리
해병의 철모위엔 평화가 담뿍 왔구나
백령섬에 서해의 흰섬(白島)
우리가 살아야 할 우리 땅이다


2.
낯설어 울던 섬에 해당화 피면
철석 이는 푸른 파도 가슴 울리고
낯설어 울던 눈물 고향이 되어
이제는 떠나야 할 추억의 백령
우리는 떠나 간다 정든 백령섬


3.
용기포 부두에 손 흔든 사람
옹진호(甕津號) 갑판위에 방울진 눈물
해무 속에 사라지는 나의 고향아
해당화 향기 속에 맺은 연분들
서해 바다 깊은 속에 가슴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