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랭카스터의 반딧불 -전인지 선수에게 -

옥수수밭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굽이굽이 길 너머
아미시(Amish) 농가 유리 창문들이
지는 해 마지막 햇살 받아 더욱 빛나고

이미 찾아온 어두움 너머 숲에서
불빛들이
하나둘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군무(群舞) 비행 쇼(show)를 벌인다

이들이 나에게 달려와서
왜 이런 축복을?

내일 탄생할 마지막 라운드의 주인공을 위한
사전 축하 비행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지금도 증언할 수 있다

그날, 그곳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어두움 속에도
빛이 살아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라는
하늘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그래, 맞아
내 속에 빛이 있는 한
어두움을 밝힐 수 있어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열심히 날갯짓하여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말 거야.

* 전인지 선수는 2015년 5월 11일 미국 랭카스터 골프 클럽에서 열린 US OPEN 대회 셋째 날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 황홀한 광경을 목도하였다. 어두움이 내리는 저녁 숲 속에서 날아온 반딧불이 벌리는 아름다운 군무를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어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그 찬란한 비행을 감상하였다. 다음날 전 선수는 선두에 4차 뒤졌던 경기를 역전하여 챔피언이 되었다.

참고문헌: 상단 링크 혹은 매일경제 2024년 5월 28일자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