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나는 내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 인생의 아름다운 첫 기억 때문에 그러하다. 그 기억은 새벽기도를 드리는 어머니 품에 내가 안겨있는 것이다.
어린 내가 어찌 새벽기도를 알았겠는가?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추운 겨울 날 어머니와 함께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는 기억, 어딘 가로 갔었고 졸려 누운 내 눈에 들어 온 천장에 형광등이 여러 개 달여 있었고 불이 다 켜져 있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내 기억을 더듬어 가면 기억 중에 제일 먼저 있는 것 들이다. 이러한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종합해 보면 내 유년 처음의 기억이 그렇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참 고운 분이셨는데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기도하면서 우시는 모습만은 자주 목격되었다. 왜 그 고운 어머니가 기도하실 때 마다 우셨는지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여섯 남매를 잘 키우기 위하여, 신앙으로 키우기 위하여, 믿지 않는 아버지와 그 친척들을 위하여, 섬기는 교회를 위하여, 그 모든 기도의 제목은 눈물 없이는 넘어 갈 수 없는 것 들 이었으리라. 그 어머니 덕분에 내게 주어진 기도의 제목들이 얼마나 가벼워 졌을까?
그 어머니의 기도와 눈물이 이제는 내게 고스란히 전수되었다. 나를 낳으신 어머니의 기도가 나의 기도를 낳았던 것이다. 내 인생의 첫 기억이 기도로 시작되었으니 내가 행복한 사람이요, 기도하는 어머니의 피를 이어 받았으니 행복한 사람이요, 내가 그 어머니의 기도를 이어받아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행복한 사람이요, 나의 피를 받은 딸들이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내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