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해외 의료봉사(2003년) 후기: 필리핀 뚜게가라오

두 번에 불과한 해외 의료봉사의 경험을 가진 글쓴이를 주축으로 의료봉사단이 만들어 졌다. 글쓴이가 과분하게 그 봉사단의 단장이 되어 해외 의료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내용이 아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해외 의료봉사를 계획함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봉사지역과 봉사날짜이다.
봉사지역 선정은 우리 봉사단의 봉사의 목적과 그 범위에 비교적 부합하는 후보 2-3지역을 추천받아 후 후보지역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검토한 다음에 이루어 졌다.
글쓴이의 세 번째 해외 의료봉사 이자 우리 봉사단의 첫 번째 봉사 지역은 필리핀 뚜게가라오였다. 뚜게가라오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 북쪽 끝에 위치한 비교적  큰 도시로서 마닐라에서는 비행기로는 한 시간 거리에, 차량 편으로는 약 10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마침 우리들이 봉사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을 때 이 지역에서 봉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팀과 연결이 되어서 그 곳 지역 사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 곳에 미션 스쿨을 세워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인 교장선생님이 의료봉사를 해 주면 좋겠다고 정식으로 초청을 해주었다.  뚜게가라오에 외에 라굼이란 마을에서도 봉사를 원하셨는데 그 곳은 정말 오지(奧地) 중의 오지라고 하였다. 우리 봉사단은 우리가 좀 고생하더라도 가능하면 오지에 가서 봉사를 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 초청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봉사 날짜를 결정하였고 출발 날짜 두 달 전부터 봉사 준비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미리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봉사단 집행부에 비상이 걸렸다. 그것은 라굼 마을에 가려면 배를 약 30분 정도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데 수 년 전에 배가 전복되어 타고 있는 학생 여섯 명이 익사한 사고가 있었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 때문이었다.
그 사건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본 결과 과거에 딱 한 번 있었던 사건으로 당시  폭우로 인하여 강물이 갑작히 불어나고 이로 인한 급류 때문에 배가 전복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유사한 일이 재발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배에는 구명복이 비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해서 집행부가 이를 심도 깊게 논의한 결과 대원들에게 이러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고 구명복을 국내에서 구입하여 가지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지금도 참 감사할 일은 지원한 대원들 중 그 누구도 지원을 철회한 사람이 없었을 뿐 더러 집행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 정말 이 들의 봉사 정신은 놀라운 것이었다.
현지에 가서 보니 다행히 강의 물살이 그렇게 세지는 않았다. 강폭은 넓은 곳도 300-400 미터를 넘지 않았다. 우리를 강의 상류 저편으로 데려다 줄 배는 목선으로 길이가 5미터 정도로 10명 남짓 인원을 탈 수 있었다. 선미에는 조그마한 모터가 달려 있었다. 우리 대원 모두는  구명복을 착용하여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우리들이 봉사를 다 마치고 그 곳을 떠날 때 그 구명복을 학교에 기증하였다. 후에 그 구명복을 여러 사람들이 잘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봉사 단원에게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교육과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체험한 봉사였다.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단장으로서 첫 번째의 임무를 잘 수행하였던 사실이 지금도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