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해외 의료봉사(2006년 2월) 후기: 캄보디아 파이린
金德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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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죽음의 땅(killing field)이라는 별명아닌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살육의 광기가 온 땅을 뒤집어 놓은 처참한 역사가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폴포트 정권이 자행한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무자비한 대량학살로 인하여 캄보디아 전국토가 피로 얼룩진 바 있었다. 그 정권의 권력자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파이린이다. 그 파이린으로 우리 봉사단은 떠났던 것이다.
파이린은 태국 국경에 가까이 있었기에 우리 봉사단은 태국 국경을 통해 파이린으로 들어갔다.
Kingdom of Kambodia.
검문소에서 여권에 찍어준 stamp에 뚜렷이 인쇄된 캄보디아의 공식이름이다. 국기 한 가운데 있는 문양은 앙코르와트. 그 웅장한 사원를 세웠던 왕국이 지금도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국경을 넘어서니 주위 자연 환경이 방금 거쳐왔던 곳과 많이 달라져서 태국과 대비가 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우리 봉사단 일행은 입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올라탔다. 짐들을 싣고 달리던 트럭이 우리 봉사대원들을 가득 태우고 여기 저기 움푹 팬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펄펄 날리며 신나게 달렸다.
파일린은 과거에 루비광산이 발견되어 도시 전체가 한창 잘나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호황 덕택에 50명 정도 묶을 수 있는 규모의 호텔이 세워졌는데 그 호텔이 우리가 그 곳에 갔을 때에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호텔을 숙소로 정하였다. 하루 숙박비는 2인 1실로 미화 10불 정도였다.
의료봉사를 위하여 공립병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건물을 쓰도록 허락을 받았다. 우리로 치면 보건지소와 함께 있는 공립병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병원은 입원실 건물과 검사실로 사용하는 주택 등 몇 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병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건물이었다. 병실과 침상은 상당히 오래되었고 깨끗하지 못하였다. 병실이라기보다는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곳에서 입원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들은 진료소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은 병실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비로 쓸고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질을 하였다. 모두들 땀을 흘린 보람이 있어 창고처럼 방치되었던 병실들이 쓸모 있는 치료소로 변모되었다.
그 사이 사람들이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병원 구내 마당에 많이 모였다. 번호표를 나누어 주고 접수를 시작하였다. 이 땅에서 의료봉사가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암울한 시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세월이 제법 흘렀지만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발목지뢰로 인하여 발이 절단된 어른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놀라운 것은 발이 절단된 어린아이들도 여럿 눈에 보였던 것이었다. 이들이 물론 전쟁 중에 부상당한 것은 아니었고 종전된 이후 아이들이 놀러 다니다가 지뢰미확인 지역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워낙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이라서 그런지 봉사기간 중에 이동할 때 보니 유엔 소속의 지뢰 제거 팀들의 수송차량들이 자주 눈에 띄였다.
파이린은 앞서 말한 것처럼 폴포트 정권의 실력자들의 고향이다. 여기에 진료를 받으러 온 어른들 중에는 그 살인의 현장에서 살인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나 혹은 지시를 받고 살인을 실행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치료를 받으로 온 어린아이들 중에는 그 살인자들의 후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들은 정말 그 들의 잘못을 속죄하였을까?
나는 관련된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속죄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사람들 중에서 누구는 사죄를 구했고 누구는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구분할 수 도 없을 뿐 아니라 실제로 구분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혹 구분하여 낸다고 하자. 아프다고 온 그들을 돌려보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들이 (혹은 그 들의 부모세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였든 간에 그 들은 우리들에게 치료받기 위해 찾아 왔다. 우리들은 그 들이 누구인가 불문하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곳에 찾아 왔다. 이 치료소는 그 만남의 접합점이다. 우리가 어느 한정된 사람을 치료하려 하였다면 애초부터 이곳에 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흔히들 용서는 상대방이 용서를 구해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것이 용서임에는 틀림없지만 온전한 용서, 아니 용서 그 자체는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사죄의 의사 표현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용서해주는 것이 (진정한) 용서이다.
죽음과 증오의 땅이었던 이곳은 점차 생명과 사랑으로 땅으로 복원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니 목도하고 있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그 복원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복원에 있어서 우리들의 기여는 정말 미미한 것 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봉사를 통하여 사랑의 헌신은 그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는 위대한 깨달음을 파이린 주민들도 언젠가는 가지게 될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
파이린은 태국 국경에 가까이 있었기에 우리 봉사단은 태국 국경을 통해 파이린으로 들어갔다.
Kingdom of Kambodia.
검문소에서 여권에 찍어준 stamp에 뚜렷이 인쇄된 캄보디아의 공식이름이다. 국기 한 가운데 있는 문양은 앙코르와트. 그 웅장한 사원를 세웠던 왕국이 지금도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국경을 넘어서니 주위 자연 환경이 방금 거쳐왔던 곳과 많이 달라져서 태국과 대비가 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우리 봉사단 일행은 입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올라탔다. 짐들을 싣고 달리던 트럭이 우리 봉사대원들을 가득 태우고 여기 저기 움푹 팬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펄펄 날리며 신나게 달렸다.
파일린은 과거에 루비광산이 발견되어 도시 전체가 한창 잘나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호황 덕택에 50명 정도 묶을 수 있는 규모의 호텔이 세워졌는데 그 호텔이 우리가 그 곳에 갔을 때에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호텔을 숙소로 정하였다. 하루 숙박비는 2인 1실로 미화 10불 정도였다.
의료봉사를 위하여 공립병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건물을 쓰도록 허락을 받았다. 우리로 치면 보건지소와 함께 있는 공립병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병원은 입원실 건물과 검사실로 사용하는 주택 등 몇 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병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건물이었다. 병실과 침상은 상당히 오래되었고 깨끗하지 못하였다. 병실이라기보다는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곳에서 입원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들은 진료소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은 병실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비로 쓸고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질을 하였다. 모두들 땀을 흘린 보람이 있어 창고처럼 방치되었던 병실들이 쓸모 있는 치료소로 변모되었다.
그 사이 사람들이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병원 구내 마당에 많이 모였다. 번호표를 나누어 주고 접수를 시작하였다. 이 땅에서 의료봉사가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암울한 시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세월이 제법 흘렀지만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발목지뢰로 인하여 발이 절단된 어른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놀라운 것은 발이 절단된 어린아이들도 여럿 눈에 보였던 것이었다. 이들이 물론 전쟁 중에 부상당한 것은 아니었고 종전된 이후 아이들이 놀러 다니다가 지뢰미확인 지역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워낙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이라서 그런지 봉사기간 중에 이동할 때 보니 유엔 소속의 지뢰 제거 팀들의 수송차량들이 자주 눈에 띄였다.
파이린은 앞서 말한 것처럼 폴포트 정권의 실력자들의 고향이다. 여기에 진료를 받으러 온 어른들 중에는 그 살인의 현장에서 살인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나 혹은 지시를 받고 살인을 실행한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치료를 받으로 온 어린아이들 중에는 그 살인자들의 후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들은 정말 그 들의 잘못을 속죄하였을까?
나는 관련된 그 모든 사람들이 다 속죄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사람들 중에서 누구는 사죄를 구했고 누구는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구분할 수 도 없을 뿐 아니라 실제로 구분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혹 구분하여 낸다고 하자. 아프다고 온 그들을 돌려보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들이 (혹은 그 들의 부모세대가) 무엇을 어떻게 하였든 간에 그 들은 우리들에게 치료받기 위해 찾아 왔다. 우리들은 그 들이 누구인가 불문하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곳에 찾아 왔다. 이 치료소는 그 만남의 접합점이다. 우리가 어느 한정된 사람을 치료하려 하였다면 애초부터 이곳에 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흔히들 용서는 상대방이 용서를 구해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것이 용서임에는 틀림없지만 온전한 용서, 아니 용서 그 자체는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사죄의 의사 표현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용서해주는 것이 (진정한) 용서이다.
죽음과 증오의 땅이었던 이곳은 점차 생명과 사랑으로 땅으로 복원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니 목도하고 있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그 복원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복원에 있어서 우리들의 기여는 정말 미미한 것 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봉사를 통하여 사랑의 헌신은 그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는 위대한 깨달음을 파이린 주민들도 언젠가는 가지게 될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