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772함 수병의 질문에 응답하라
金德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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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46용사 위령탑 너머로 해가 서쪽 바다로 뉘엿뉘엿 지고 있다.
겨울바람보다 더 춥다는 춘삼월 바람이 바다에서 매섭게 몰아친다.
사정없이 불어 닥치는 칼바람 소리에 동행했던 유족들의 울음도 이내 묻혀버린다.
파도는 여전히 백령도 연화리 절벽을 향해 세차게 밀려왔고 서쪽 하늘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 듯 애잔한 석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동경 124도 36분 02초
북위 37도 55분 45 초
772함이 마지막으로 그 초계항로를 끝낸 곳이다.
그 바다는, 그리고 그 위의 하늘과 그 곳을 제일 가깝게 바라 볼 수 있는 이곳 언덕은 일 년 전 이즈음에 있었던 그 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저 조용할 뿐이다.
나는 이곳에 왜 왔을까?
저 아무것도 없는 바다를 바라보려고 왔을까?
772함 용사 46명의 얼굴이 부조된 위령탑에서 그 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왔는가?
어쩌면 흰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고 묵념하며 돌아서는 나에게 그들이 던진 질문도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 들의 혼을 달래고 유족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온 나라가 당한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들은 무엇을 고민하였고 무엇을 행동하였으며 그 결과 어떤 것을 얻었는가? 하는 질문이 이내 이어진다.
천안함 폭침은 정말 비극중의 비극이다 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의 불의의 습격으로 46명이 순국한 것, 이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UDT 대원이 구조 중 순국한 것도 비극이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 의뢰에 폭침되었다는 원인 규명이 있었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 원인 규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불행한 일이다.
46 + 1명의 생명이 죽음을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을 보상하고도 남을 역사의 교훈을 우리가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불행이요 비극이다.
천안함 폭침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고 단호한 것 이었다.
북한이 선전포고 없이 시작한 6·25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고 우리가 남북통일을 이루지 않고는 이와 같은 비극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겠다는 현존하는 위험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것 이었다.
천안함 폭침을 부지불식간에 겪게 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우리 사회가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해 서로 다른 수용 자세를 표명하여 둘로 나누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어떤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성인의 약 30%가 조사단 발표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30%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전 국민 중 어른이 약 3600만 명이라고 추정할 때 약 1000만 명이 합동조사단이 규명한 원인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시대에 동일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이 동일한 사건에 대한 원인규명에 대해 이렇게 다른 수용태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국민들의 상당수가 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게 된 이면에는 폭침된 직후 국가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보도문 내용이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된 탓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로 입증된 것(fact) 조차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 아닌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이 현상이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두 종류의 가치관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수긍은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자기가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무슨 증거를 갖다 주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언제부터 인가 우리 사회는 전문가들을 존중해 주지 않고 그들의 전문식견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상한 풍토가 자리를 잡아왔다. 고도의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의견을 쉽게 거부하고, 무시하고 심지어는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적인 사회 병리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를 사실인정 거부 증후군(事實認定拒否 症候群)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둘로 나뉘어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연평도 포격이라는 또 다른 포탄을 맞게 되었다. 섬의 수십 군데가 포격을 받아 불타고 화염으로 오르는 광경을 언론매체를 통하여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북한을 현존하는 위험의 실체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 위험의 심각성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었다. 그제야 세상에는 자신이 믿고 싶지는 않지만 믿지 않을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천안함 폭침에 끄덕도 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상당수 사람들이 연평도 포격을 목도하고 나서야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게 된 것은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불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의 복원력을 믿는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한 때 사실 인정 거부 증후군을 집단적으로 앓은 사실이 있었다는 자기 고백을 한 이 후 지금은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나의 주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 주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천안함 폭침의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는 것을 다 함께 수용한다면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재발 방지를 위한 일련의 노력일 것이다.
나는 궁극적인 재발 방지책으로서 우리가 이루려는 국가 통일 이외의 방책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천안함 폭침은 625 휴전 이후 북한 폭압 정권이 자행하였던 대남 무력도발의 연속선상에 있는 한 사건으로도 규정할 수 있다. 단지 도발이 역사에 불연속점으로 찍혀서 그렇지 그 도발의 일지를 한 장의 종이에 적어 보면 그 연속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통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또 하나 이유는 북녘 주민들이 당하는 고통이 그 임계점을 이미 넘어선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이라는 시대를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지성인들은 이 질문에 반드시 답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 까지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 아사 , 추위, 질병, 억압, 인권유린 에 무관심하면서 오직 우리와 우리 가족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살아갈 것이냐? 하는 질문 말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나는 대한민국이 통일국가를 이루고 그 통일국가가 아시아의 평화를 선도하며 그 결국은 세계만국을 평화와 정의의 길로 선도할 것이라는 꿈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 꿈을 함께 꾸기를 원한다. 이러한 내 꿈은 천안함의 46 용사가 미처 이루지 못한 그 꿈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한다.
거친 풍랑으로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4시간 반의 항해는 그 울렁거림으로 인하여 엄청난 괴로움을 나에게 주었다. 그러나 나를 태운 배는 늠름하게 그 풍랑을 돌파하고 안전한 포구에 나를 내려놓았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탄 대한민국호(號)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북풍에 불어 밀려오는 높은 파고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당하고 있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우리를 안전한 항구에 데려다 줄 것이다. 단, 함께 탄 우리들이 한 마음이 되어 이 파도를 이겨내리라고 하는 강한 의지로 힘을 합친다면.
겨울바람보다 더 춥다는 춘삼월 바람이 바다에서 매섭게 몰아친다.
사정없이 불어 닥치는 칼바람 소리에 동행했던 유족들의 울음도 이내 묻혀버린다.
파도는 여전히 백령도 연화리 절벽을 향해 세차게 밀려왔고 서쪽 하늘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 듯 애잔한 석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동경 124도 36분 02초
북위 37도 55분 45 초
772함이 마지막으로 그 초계항로를 끝낸 곳이다.
그 바다는, 그리고 그 위의 하늘과 그 곳을 제일 가깝게 바라 볼 수 있는 이곳 언덕은 일 년 전 이즈음에 있었던 그 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저 조용할 뿐이다.
나는 이곳에 왜 왔을까?
저 아무것도 없는 바다를 바라보려고 왔을까?
772함 용사 46명의 얼굴이 부조된 위령탑에서 그 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왔는가?
어쩌면 흰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고 묵념하며 돌아서는 나에게 그들이 던진 질문도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 들의 혼을 달래고 유족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온 나라가 당한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들은 무엇을 고민하였고 무엇을 행동하였으며 그 결과 어떤 것을 얻었는가? 하는 질문이 이내 이어진다.
천안함 폭침은 정말 비극중의 비극이다 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의 불의의 습격으로 46명이 순국한 것, 이들을 구조하기 위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UDT 대원이 구조 중 순국한 것도 비극이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 의뢰에 폭침되었다는 원인 규명이 있었지만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 원인 규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불행한 일이다.
46 + 1명의 생명이 죽음을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을 보상하고도 남을 역사의 교훈을 우리가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불행이요 비극이다.
천안함 폭침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고 단호한 것 이었다.
북한이 선전포고 없이 시작한 6·25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고 우리가 남북통일을 이루지 않고는 이와 같은 비극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겠다는 현존하는 위험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것 이었다.
천안함 폭침을 부지불식간에 겪게 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우리 사회가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해 서로 다른 수용 자세를 표명하여 둘로 나누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어떤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성인의 약 30%가 조사단 발표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30%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전 국민 중 어른이 약 3600만 명이라고 추정할 때 약 1000만 명이 합동조사단이 규명한 원인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시대에 동일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이 동일한 사건에 대한 원인규명에 대해 이렇게 다른 수용태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국민들의 상당수가 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게 된 이면에는 폭침된 직후 국가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보도문 내용이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된 탓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로 입증된 것(fact) 조차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 아닌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이 현상이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두 종류의 가치관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수긍은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자기가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무슨 증거를 갖다 주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언제부터 인가 우리 사회는 전문가들을 존중해 주지 않고 그들의 전문식견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상한 풍토가 자리를 잡아왔다. 고도의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의견을 쉽게 거부하고, 무시하고 심지어는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적인 사회 병리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를 사실인정 거부 증후군(事實認定拒否 症候群)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둘로 나뉘어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연평도 포격이라는 또 다른 포탄을 맞게 되었다. 섬의 수십 군데가 포격을 받아 불타고 화염으로 오르는 광경을 언론매체를 통하여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북한을 현존하는 위험의 실체로 인식하게 되었고 그 위험의 심각성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었다. 그제야 세상에는 자신이 믿고 싶지는 않지만 믿지 않을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천안함 폭침에 끄덕도 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상당수 사람들이 연평도 포격을 목도하고 나서야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게 된 것은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불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의 복원력을 믿는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한 때 사실 인정 거부 증후군을 집단적으로 앓은 사실이 있었다는 자기 고백을 한 이 후 지금은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나의 주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 주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천안함 폭침의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는 것을 다 함께 수용한다면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재발 방지를 위한 일련의 노력일 것이다.
나는 궁극적인 재발 방지책으로서 우리가 이루려는 국가 통일 이외의 방책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천안함 폭침은 625 휴전 이후 북한 폭압 정권이 자행하였던 대남 무력도발의 연속선상에 있는 한 사건으로도 규정할 수 있다. 단지 도발이 역사에 불연속점으로 찍혀서 그렇지 그 도발의 일지를 한 장의 종이에 적어 보면 그 연속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통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또 하나 이유는 북녘 주민들이 당하는 고통이 그 임계점을 이미 넘어선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이라는 시대를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지성인들은 이 질문에 반드시 답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 까지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 아사 , 추위, 질병, 억압, 인권유린 에 무관심하면서 오직 우리와 우리 가족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살아갈 것이냐? 하는 질문 말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나는 대한민국이 통일국가를 이루고 그 통일국가가 아시아의 평화를 선도하며 그 결국은 세계만국을 평화와 정의의 길로 선도할 것이라는 꿈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 꿈을 함께 꾸기를 원한다. 이러한 내 꿈은 천안함의 46 용사가 미처 이루지 못한 그 꿈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한다.
거친 풍랑으로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 4시간 반의 항해는 그 울렁거림으로 인하여 엄청난 괴로움을 나에게 주었다. 그러나 나를 태운 배는 늠름하게 그 풍랑을 돌파하고 안전한 포구에 나를 내려놓았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탄 대한민국호(號)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북풍에 불어 밀려오는 높은 파고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당하고 있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우리를 안전한 항구에 데려다 줄 것이다. 단, 함께 탄 우리들이 한 마음이 되어 이 파도를 이겨내리라고 하는 강한 의지로 힘을 합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