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이 가르쳐 줄 수 없는 곳

규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길을 물을 필요가 없다.
늘 익숙한 길로 갔다가 다시 그 길로 돌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은 늘 익숙한 길이다. 거의 정해진 시간에 도시철도역으로 가서 도시철도를 탄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통근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간다.
물론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출근할 것이다.

직장인이 자신의 직장으로 가는 길을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주부 또한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길을 묻지 않는다. 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가야할 등굣길을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곳으로 갈 때는 사정이 다르다,
이사하였거나, 직장을 옮겼거나, 전학을 하였거나, 진학을 하여 상급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는 길을 묻기도 하고 인터넷 지도로 자신들이 가야할 곳이 어디 쯤 있는지  조회해 보기도 한다.

인터넷 지도는 자기가 가려고 하는 곳의 이름을 입력하면 바로 그 곳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준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역시 주소를 입력하면 어디로 가야할 것을 충분히 알려준다.

네비게이터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인도해 주는 아주 소중한 기계이다.
이 기계가 있으므로 원양을 항해해야하는 선장이나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 기장은 미지의 세계를 답사하는 데에 따른 부담 없이 키나 조종간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삶속에는 자신이 가야 하는 곳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지도 검색으로나 내비게이션으로 그 곳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 말이다.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 바가 있지만 그러한 언급들이 사실 우리 마음에 잘 와 닿지 않는다. 그 대답들을 신뢰할 수 없다가 보다는 그 내용들을 믿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리라.

왜 믿어 지지 않을 까?
믿어 지지 않는다고 표현하였지만 사실 믿기 싫은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러하다면 왜 믿기 싫을까?

여기서 나는 인간의 불합리한 모습을 본다.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이성적이지 않는 이중성 말이다.
흔히 들 이러한 모순을 부조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수학의 경우 대게 답이 하나이다. 그 답을 얻지 못하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틀린 것이다.
출근길도 여러 경로를 거쳐 갈 수가 있겠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서 갔던지 간에 제 시간에 한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제 시간 내에 도착하였으나 다른 장소로 갔다면 제대로 출근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위의 예를 든 것처럼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것이 매사 정확한 것 같고 올바른 답이 아니면 인정해 줄 수도 없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단호함마저 보인다.
그런데 인간의 죽음에 관한 문제 특히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그 답을 얻어가는 과정에서부터 다른 면을 보여 준다. 애매모호성을 인정해 주는 것 이다.

어쩌면 자신이 죽어 보기 전에는 전혀 답을 알 수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한 애매한 처사를 보이는 것일 것이다.
아니면 그 가는 길이 어떠한 것인가를 어렴풋이나마 을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채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러한 모호성에 숨어서 눈 감고 살아갈 것인가?
자신이 죽을 때까지인가?

아직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람이 죽은 다음 그 이후에 가야할 길을 누군가에게 물어 보아야 할 때가 이제 된 것 같다.
더 늦어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