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나의 고백(4)

2018 1 10  저녁 어스름이 어둠에 다 잠긴 시간

눈이 내렸다
푸른 대나무 잎에 흰 눈이 쌓였다
첫 눈 오는 날
그는 마지막 숨을 내 쉬었다.


죽음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생에 연관된 줄이 하나씩 끊어질 때 하늘을 향한 기도는 더욱 뜨겁게 된다.
그리고 절대자를 찾게 된다.

절대자에게 진심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그 절대자의 성품 때문이다.
그 절대자는 “상한 갈대를 꺽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은 분”이시다.

생명을 주신 분이 생명을 거두어 간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쉽게 깨우치지 못한다.
그 절대자가 자신의 생명을 창조하고 조성하신 분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누구는 그렇게 세심한 분이 일여년 동안 암 투병을 한 사람을 살려내지 못하고 왜 죽게 내 버려두는가?
그렇게 데려가려면 그러한 고생시키지 말고 진작 데려가시지 하는 투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숨을  호흡기에 전적으로 맡기고 잠자는 듯이 누워있는 그의 오른 손을 붙잡고 함께 드렸던 기도, 이제 마지막이 되어버린 그 기도가 믿음의 기도여서 감사하다.

"그동안 많은 잘못이 있었지만 그래도 믿음의 삶을 조금이나마 살게 하여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셔서 이 땅에서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이 삶을 마치고 영생의 삶으로 들어가려합니다.
부족한 자들을 받아 주소서.
영원한 생명을 우리들에게 주신
생명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죽음 앞에서 감사하고 생명의 주를 찬양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믿음이고 믿음의 역설이다.
믿음은 역설이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