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 스러진 마흔 여섯 꽃송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온 국민의 애가 탄 염원(念願)에도 불구하고
마흔 여섯 꽃송이들이
밤바다에 깊숙이 침잠(沈潛)하더니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별이 되었다.

사람들은 밤하늘에 늘어나는 별들의 숫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 두 개도 아닌 마흔 여섯 개의 별들이
떠올랐는데도
북녘 밤하늘이 밝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 조국
북녘 땅이 밝아지려면
또 얼마나 많은 별들이 떠올라야만 하는 것일까?
또 얼마나 많은 꽃 들이 이 땅에 떨어져야만 한단 말인가?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은
더 이상 우리의 아들들이 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비록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 이지만
우리가 마무리 못한 일을 후대(後代)에 넘겨서는 안 될 터,

우리가 손을 놓기에는
이 일이 너무나 중차대하다.

아니
굶어 죽어가는 내 동포의 피 끓는 절규가
우리 가슴을 찌르지 않는가?

조국이 아직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
작업복을 꺼내 입고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나가자.

이제 우리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린
백령도 바다에서 그 무엇을 찾으려 하지 말자.

북녘 땅을 비추기 위하여
오늘도 우뚝 솟은
우리 대한민국 아들들의 별을 헤아리기도 가슴 벅차다.

그 들이 초계(哨戒) 임무를 완수하고
안온(安穩)한 귀환(歸還)을 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불을 밝히자.

이것이
진정 그들이 가는 마지막 길에
눈물 뿌렸던
우리들의 기도(祈禱)가 아니었던가?

* 한가위 명절을 맞아 천안함 마흔 여섯 용사들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드립니다.
  2010년 9월 21일 글 쓰다
* 2011년 3월 21일 동아일보에 전문 게재하다.
* 6번 짧은 소리 글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