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신 숙자님께 드리는 편지
金德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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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딸” 신 숙자님께,,
이 편지가 과연 전해질까 하는 의구심보다도
그저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저의 마음이 더 앞서는군요.
신문지상에서 “통영의 딸”로 소개된 신 숙자님의 사연과 20년 전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꽉 멨습니다.
지난 날 분단된 남과 북에서 자신이 존재하기 위하여 혹은 그 어떤 이념을 위하여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벌였던 그 비극이 만들어 놓은 불행의 현장이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 나의 삶에 들어왔다고나 할까요?
언론에 보도된 사진이 20년 전의 것 이라고 하니 사진 속의 신 숙자님은 49세, 딸인 혜원 씨는 15세, 규원 씨는 13세가 되겠네요.
만약 오길남, 신숙자씨 가족이 자유대한(自由大韓)의 품에서 살고 있었다면 지금은 두 딸을 출가시키고 명절이 되면 손자들 재롱 속에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겠지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은 이산가족이 되었고 홀로 남쪽에서 터전을 잡은 오 박사님은 두고 온 북한의 가족들 때문에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월3일 공휴일에 지인들과 통영에 놀러갔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우리는 서호시장안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맛있는 시락국을 사먹고 미래산 으로 향하였습니다. 비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지만 그 곳에서 본 빼어난 한려수도. 우리 모두는 말문이 막혔지요.
한참 후 우리 중에 누군가가 말했지요.
“통영은 정말 동양의 나폴리라고”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지인들에게 감히 주장하였습니다.
“나폴리가 서양의 통영이라고”
하산 후 통영 시내를 구경하였습니다. 점심때에는 ‘멍게 비빔밥’과 ‘옛날 통영 꼬지 김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오후에는 남망산 공원에 올라갔습니다.
가을이 채 오지도 않았는데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눈에 뜨여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 나무는 멀리 바다건너 도남동과 통영마리나리조트가 보이는 언덕에 서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다시 보았는데 무엇인가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떠오르는 그낌을 글로 적어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지우고 새로 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글을 완성하였습니다(당시 신숙자님의 사연에 대하여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 후에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제가 쓴 글이 마치 오길남박사의 심중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욱 어려웠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글을 다른 곳에서도 소개한 바 있었지만 여기서도 꼭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무 꿈꾸다>
그 대 무엇을 꿈꾸는가?
구름을 붙잡고 하늘을 날고 싶은가
아니면
밑동 베어내고 온 몸으로 바다에 뛰어 들고 싶은가
아직 가을맞이도 시작되지 않은 언덕에서
나뭇잎 다 날려 보내고
벗은 몸으로
홀로 서서
무엇을 꿈꾸는가?
기다리는가?
아무리 꿈꾸어도
여태껏 기다려도
하늘은 여전히 꿈꾸게 하며
바다는 변함없이 기다리게 한다는 것을
그대 나 보다 먼저 익혔기에
오늘도
인적 드문 남망산(南望山) 언덕에서
그렇게 꿈꾸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섰는가?
참, 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아직 안부조차 묻지 못했군요.
신문보도에 의하면 요덕수용소에서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의 통제구역으로 이송되었다고 하는데 그러한지요?
건강은 어떠한지요?
혜원, 규원 씨는 건강한지요, 함께 수용되어 있는지요?
그 곳 사정을 너무 모르기에 무엇을 어떻게 여쭈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여기는 오 박사님의 처절하리만큼 간곡한 호소로 말미암아 신 숙자님과 두 딸을 구출하자는 서명운동이 통영에서부터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20만 명의 서명이 모아지면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어 국제적인 구출운동이 시작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 숙자님, 혜원님, 규원님,
부디 구출되어 이곳으로 올 때 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통영의 딸”이자 “대한민국의 딸”을 결코 잊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끝까지 견디시기를 바랍니다.
“통영의 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오늘도 기도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2011년 10월11일
김덕규 드림
이 편지가 과연 전해질까 하는 의구심보다도
그저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저의 마음이 더 앞서는군요.
신문지상에서 “통영의 딸”로 소개된 신 숙자님의 사연과 20년 전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꽉 멨습니다.
지난 날 분단된 남과 북에서 자신이 존재하기 위하여 혹은 그 어떤 이념을 위하여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벌였던 그 비극이 만들어 놓은 불행의 현장이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 나의 삶에 들어왔다고나 할까요?
언론에 보도된 사진이 20년 전의 것 이라고 하니 사진 속의 신 숙자님은 49세, 딸인 혜원 씨는 15세, 규원 씨는 13세가 되겠네요.
만약 오길남, 신숙자씨 가족이 자유대한(自由大韓)의 품에서 살고 있었다면 지금은 두 딸을 출가시키고 명절이 되면 손자들 재롱 속에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겠지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은 이산가족이 되었고 홀로 남쪽에서 터전을 잡은 오 박사님은 두고 온 북한의 가족들 때문에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월3일 공휴일에 지인들과 통영에 놀러갔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우리는 서호시장안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맛있는 시락국을 사먹고 미래산 으로 향하였습니다. 비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지만 그 곳에서 본 빼어난 한려수도. 우리 모두는 말문이 막혔지요.
한참 후 우리 중에 누군가가 말했지요.
“통영은 정말 동양의 나폴리라고”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지인들에게 감히 주장하였습니다.
“나폴리가 서양의 통영이라고”
하산 후 통영 시내를 구경하였습니다. 점심때에는 ‘멍게 비빔밥’과 ‘옛날 통영 꼬지 김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오후에는 남망산 공원에 올라갔습니다.
가을이 채 오지도 않았는데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눈에 뜨여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 나무는 멀리 바다건너 도남동과 통영마리나리조트가 보이는 언덕에 서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다시 보았는데 무엇인가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떠오르는 그낌을 글로 적어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지우고 새로 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글을 완성하였습니다(당시 신숙자님의 사연에 대하여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 후에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제가 쓴 글이 마치 오길남박사의 심중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욱 어려웠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글을 다른 곳에서도 소개한 바 있었지만 여기서도 꼭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무 꿈꾸다>
그 대 무엇을 꿈꾸는가?
구름을 붙잡고 하늘을 날고 싶은가
아니면
밑동 베어내고 온 몸으로 바다에 뛰어 들고 싶은가
아직 가을맞이도 시작되지 않은 언덕에서
나뭇잎 다 날려 보내고
벗은 몸으로
홀로 서서
무엇을 꿈꾸는가?
기다리는가?
아무리 꿈꾸어도
여태껏 기다려도
하늘은 여전히 꿈꾸게 하며
바다는 변함없이 기다리게 한다는 것을
그대 나 보다 먼저 익혔기에
오늘도
인적 드문 남망산(南望山) 언덕에서
그렇게 꿈꾸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섰는가?
참, 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아직 안부조차 묻지 못했군요.
신문보도에 의하면 요덕수용소에서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의 통제구역으로 이송되었다고 하는데 그러한지요?
건강은 어떠한지요?
혜원, 규원 씨는 건강한지요, 함께 수용되어 있는지요?
그 곳 사정을 너무 모르기에 무엇을 어떻게 여쭈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여기는 오 박사님의 처절하리만큼 간곡한 호소로 말미암아 신 숙자님과 두 딸을 구출하자는 서명운동이 통영에서부터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20만 명의 서명이 모아지면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어 국제적인 구출운동이 시작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 숙자님, 혜원님, 규원님,
부디 구출되어 이곳으로 올 때 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통영의 딸”이자 “대한민국의 딸”을 결코 잊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끝까지 견디시기를 바랍니다.
“통영의 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도록 오늘도 기도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2011년 10월11일
김덕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