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5일 국제신문-강춘진 기자

'살아만 있어다오'.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 시구다. 지난 2010년 3월 29일 해군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천안함 실종 군인들의 무사귀환을 애타게 바라는 시적인 글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를 올려 전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김덕규(동아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사진) 교수가 시인이 돼 첫 시집 '살아만 있어다오'(베드로서원 펴냄)를 발간했다. 그는 최근 '하늘이 운다' 등 아홉 편의 작품으로 '문학시대'를 통해 공식 등단했다.

'772'는 천안함의 고유 식별번호로, 당시 실종된 승조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수병은 즉시 귀환하라'며 그들의 생환을 간절히 염원했던 '국민의 한 사람'이었던 김덕규 시인은 이제 탈북민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979년부터 의사로 봉직하고 있는 그는 첫 시집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매일 환자의 고통을 살펴야만 하는 이/어느 날//우리 중 누군가는/북녘 땅 우리 국민의 아픔도/함께 아파해야 하는데//하늘이/그들을 위해 눈물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셨기에/울고 또 울었다//눈물이 어찌 처방이 될 수 있겠는가만은/이것이 현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치료이다/……"

   
 
김 시인은 북한 동포를 치유하는 데 시적 열정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도한다. 또 기도한다. '마지막 문턱이 그렇게 높았던가/자유의 땅/약속의 땅/마음속으로는 이미 다 밟았는데//우리의 기도가 부족했다/정성이 모자랐다//……//광영아, 철용아, 철아, 영원아,/총칼 앞에서/등에 진 배낭 속의 성경,/너희들 것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좋으니/제발 살아만 다오'('살아만 있어다오' 중에서)

북한 동포들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와 남한에서 자유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책무를 각성시키는 내용을 담은 5편의 '북녘 기도' 연작에서도 김 시인은 '너무나 멀리서/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가/기도합니다'(북녘 기도1' 가운데)는 말밖에 못 하는 애환을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남송우(부경대) 교수는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위해 남북한을 위한 절절한 기도로 채워져 있는" 이 시집의 4부 '기도수첩'에 남다른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남 교수는 또 "특별히 한국교회를 향한 엄중한 고발은 한국교회에 속해 있는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이기도 하다"는 말로 김 시인이 앞으로 펼칠 시작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도/당신을 따뜻한 아랫목에 모시고/대접하고 싶습니다//새날/새아침이기 때문입니다'('새날엔' 중에서). 김 시인은 17일 오후 6시 30분 온천교회당 비전센터 5층에서 '북녘 동포와 함께하는 시 낭송회'를 열면서 자신의 첫 시집 출판기념회를 뜻깊게 장식한다.

*출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31217.220232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