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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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5 09:53
안개-전원책 시인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2,191
아직 날아보지 못한 내 집 지붕 위의 새는 하늘이 두렵지 않다.
안개가 밀려와 공중에 난 길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길들은 묻혀서 그저 바위 안처럼 캄캄하다. 길들은 공중에도 실타래처럼 엉켜 있지만, 제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일이야 상상만으로도 늘 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상은 습관이다. 내 집 지붕에서 하염없이 세상을 내다보는 새 한 마리, 오래 전 내가 새라고 부르면서 천일 밤 화살을 날린 뒤에야 날개가 돋은 새 한 마리, 사람들이 안개라고 부르는 작은 물알갱이들이 소리없이 피어올라 비로소 온몸이 드러나는 새 한 마리,
그림자없이 늙는
새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천지가 아득히 갇혀 있는 세상 위로 날아오른다.
그런 일은 이내 바람을 일으키고, 나무들을 흔들고, 무심히 지나치던 종탑의 종들마저 깨우는 새들의 평범한 일과는 아니다.
그러나 팔다리를 허우적이다 멋진 비상의 자세를 깨달았을 때엔 모든 것이 늦었다.
햇살에 물알갱이들이 타버리고, 사람들이 어젯밤 죽은 무언가를 실어내고, 개들이 일제히 짖어대면 안개 속의 일은 비로소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때 새는 돌아와 지붕에 앉는다.
공기는 이미 더러워져서 새는 돌처럼 굳어져 쉰다.
* 출처(퍼온 곳)
http://seeingwangjang.com/60104768219
*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0년 올해의 좋은 시 100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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