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圭가 드리는 아침 소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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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23 10:40
남은 자의 몫
글쓴이 :
金德圭
조회 : 1,845
1
꽃다운 아이들이
맹골수도(孟骨水道)에
묻히고
또 묻혔다
오늘 집을 나설 때처럼 그렇게 해맑은 얼굴로
잘 다녀왔습니다
인사 받을 네 엄마는 저렇게 현관문에 섰는데
정작 너는 이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구나
어제 까지 함께 공부하였는데
오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야
친구야
불러보나
돌아 온 대답 없고
주인 잃은 책상 위 국화 꽃다발
흰 꽃잎 흘리고 있다
수업 종은 벌써 몇 번이고 울렸지만
담임선생 교실로 발걸음 떼지 못한다
이놈들아
수업 시간 내내 떠들어도 좋으니
제발 살아와 다오
주먹으로 벽을 치고 또 치나
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2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부 머리가 늦은 학생들은
서럽다
아무 잘못 없는 책을 팽개치기를 수 십 번
어느 날 창을 열고
고층 아파트 바닥으로
책 던지듯이 자신의 몸을 던졌다
분신(焚身)보다 더 격한 불길
부모, 형제, 친구들의 가슴을 다 태우고도 남는다
이 어처구니없는 비극
언제 끝날까.
3
사랑이 항상 이유가 있었던가
그 불같은 뜨거움 식지 않고
영원히 함께 간직하였으면 좋았으련만
버림받은 이 자궁 속에
새 생명은 자라고 있다
누가
‘베이비 박스’에 사랑을 버리고 싶겠는가
지워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잘 키워 달라고 빌며 다른 부모 품에 맡기는 것
아무 것도 모르고
곤하게 자는 핏덩이 뺨에
입 맞추고
가슴에서 떼어 놓고
돌아서는 이
눈
물
이
여
4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한다
더 이상 북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삼백만 주민이 굶어 죽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데
먹을 것을 구하러 국경을 넘은 이들은
인신매매 되었단다
낮에는 노비처럼 일하고
밤에는 온갖 능욕 당한단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기독교인들이 당하는 박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강제 노역에 짐승처럼 부려먹다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면
차마 언급할 수 없는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듯 죽인단다
견딜 수 없이
짓누르는 이 아픔
그래도 글을 써서 알려야 한다.
5
하나 뿐인 아들 군에 보냈는데
아군이 쏜 총탄에 맞아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이고아이고
억장이 무너진다
달려가 멱살을 잡고 보니
우리네 아들과 별 다름 없는 아이라
전우의 가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만큼
그 토록 증오가 불 일듯 하였는가.
6
그렇다
이 모든 슬픔과 아픔은
살아 있는 자
그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진정 슬퍼하는 자라면
또한
위로하는 자가 되어야 하리
아무런 위로할 말 찾을 수 없다 해도
함께 있어 줄 수 있다면
같이 울어 줄 수가 있다면
그 들의 입이 되어
말 못한 그 사연들을
세상에 외칠 수 있다면
우리네 아픔은
별빛이 가듯
그렇게 끊임없는 길을 가지 않을 것을.
* 문학시대 113권(2015년 가을호)에 게재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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